어제의 ‘피스메이커’ 무르시, 오늘은 ‘현대판 파라오’

어제의 ‘피스메이커’ 무르시, 오늘은 ‘현대판 파라오’

입력 2012-11-24 00:00
수정 2012-11-24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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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결정에 누구도 이의제기 못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중재해 중동의 ‘피스메이커’로 떠오른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이 갑작스러운 권력 확대로 ‘현대판 파라오’(전제군주)라는 불명예에 휩싸인 가운데 23일(현지시간) 이집트 전역에서 무르시 대통령의 지지자와 반대파 시위대 간 충돌이 벌어졌다.

이집트 국영TV는 이날 무르시 대통령 반대파가 포트사이드, 이스마일리야 등에서 무르시 대통령을 배출한 무슬림형제단의 자유정의당(FJP) 사무실에 불을 질렀다고 전했다. 관영통신 메나는 무르시 대통령이 시위가 벌어진 대통령궁에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향해 “이집트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향해 가는 길에 있다. 누구도 우리의 전진을 멈출 수 없다.”면서 “나는 신과 국가를 위해 내 임무를 수행하고 모든 이들과 협의한 후에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무르시 대통령은 앞서 22일 자신이 정한 칙령과 법안, 결정에 대해서는 법원을 포함해 어떤 개인이나 정치단체, 정부기관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은 새 헌법 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문에는 대통령은 혁명과 국가 안보, 국가 통합을 위해 어떤 조치와 결정도 내릴 수 있고 사법기구가 헌법기구인 의회를 해산할 수 없다는 것 등 권력 남용으로 볼 수 있는 내용들이 포함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무르시 대통령은 지난해 봄 반정부 시위대 탄압을 주도한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과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재심도 명령했다. 시위대 학살 혐의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관련자들이 잘못된 증거에 의해 판결을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무바라크 정권에서 임명된 압델 마지드 마흐무드 현 검찰총장도 해임하기로 했다.

무르시 대통령은 “이번 결정은 지난해 1월 25일 무바라크 전 대통령을 축출한 혁명을 보호하고 민주주의로의 이행을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라며 자신의 결정을 합리화했다.

하지만 야권의 거센 반발로 이집트에서 ‘정국 혼란’이 재현될 가능성이 커졌다. 야권 대표 인사인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트위터를 통해 “무르시가 사법 체계의 감시, 감독을 넘어섰다.”며 “그가 모든 국가 권력을 가로채 자신을 이집트의 현대판 파라오로 임명했다.”고 맹비난했다.

엘바라데이와 암르 무사 전 아랍연맹 사무총장 등이 참석한 야권 합동 기자회견에서 사메흐 아슈르 변호사협회장은 “정당성을 거스른 쿠데타”라고 비판하며 시민들에게 이집트 전국의 모든 광장에서 반대 시위를 전개하자고 촉구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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