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국 위원 24명과 원로 10여명 비밀 투표서 결정
중국 최고 권력기구인 정치국 상무위원 진입이 유력시되던 왕양(汪洋ㆍ57) 광둥성 당서기와 리위안차오(李源潮ㆍ62) 전 당 중앙조직부장은 막판에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 등 원로들의 반대에 부딪혀 상무위원 진입이 좌절됐다고 소식통들이 21일 밝혔다.익명을 요구한 두 명의 소식통은 17기 정치국원 24명과 장 주석, 리펑(李鵬) 전 총리 등 원로 10여명이 18차 당대회 개최 2주 전인 10월 말 비밀 투표를 실시하고 개혁 성향의 왕양 서기와 리 전 부장의 탈락을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당시 정치국 상무위원 후보로는 8명이 올라 있었고 이중 왕양 서기, 리 전 부장, 류옌둥(劉延東) 국무위원 등 3명이 탈락하고 나머지 5명이 발탁됐다.
시진핑(習近平) 총서기와 리커창(李克强) 부총리는 일찌감치 국가주석과 총리로 내정된 상태여서 투표 대상이 아니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당내 계파간 권력 투쟁을 해결하기 위해 현직 정치국원과 원로들이 공동으로 비밀 투표를 통해 정치국 상무위원을 사전에 결정에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7년 정치국 위원을 결정할 때 이런 비밀 투표가 실시된 적이 있다.
현직 정치국 위원과 원로 10여명으로 구성된 ‘특별 그룹’은 당대회 개최 몇 개월 전부터 베이징의 징시(京西) 호텔 등에서 10여차례 회동했고 지난 5월에 이어 10월 비밀 투표를 실시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왕양 서기가 막판에 탈락한 것은 라이벌이던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서기의 낙마 때문이라고 한 소식통은 말했다.
원로들은 좌파의 아이콘인 보시라이가 몰락했는데 라이벌인 왕양 서기를 발탁하면 좌파가 거세게 반발할 것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소식통은 리위안차오가 인사를 총괄하는 중앙조직부장에 있으면서 인사 문제로 원로들의 미움을 산 것이 화근이 됐다고 전했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이끄는 공청단파(공산주의 청년단 간부출신의 계파) 소속인 리위안차오는 공청단파 인사들을 요직에 대거 기용하면서도 원로들의 인사 청탁을 무시해 원로들의 원성이 자자했다는 것이다.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주 지난 5월 원로들이 베이징에 모여 정치국 상무위원과 정치국 위원에 대한 “민주적인 추천’을 했다고 보도하고 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중국의 지도부 교체는 퇴임 후에도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하고 가족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원로들 간의 밀실 흥정을 통해 공식 절차 이전에 이뤄진다는 소문이 사실로 드러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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