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길도 새 길도 가지 않겠다”… 정치개혁 불안한 외줄타기
시진핑(習近平) 시대의 최대 화두는 단연 정치개혁이다. 망국병으로까지 거론될 정도로 심화된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정치개혁은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점에 대해서는 중국사회 내 이견이 없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언론통제 완화, 사법개혁, 당정 분리 등 정부 감독 강화와 정부 권력 제한을 골자로 하는 정치개혁 구체안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이는 민주화와 직결되고 공산당 일당 독재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다.중국 내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시 총서기의 정치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자신을 덩샤오핑(鄧小平)의 중국특색 사회주의 계승자로 강조한 대목도 예사롭지 않다는 지적이다. 베이징의 한 우파 지식인은 “덩샤오핑의 중국특색 사회주의는 경제적으로는 개혁·개방을 허용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일당 독재 구조와 사회 통제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덩샤오핑 이후 중국 지도자들은 ‘강경 진압’에 나섰던 공통점이 있다. 후 주석은 1989년 티베트자치구 당서기 당시 철모를 쓰고 시위대 제압에 성공해 최고지도자로 오르는 발판을 마련했고, 같은 해 톈안먼(天安門) 사건 당시 상하이시 당서기였던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은 상하이 지역의 격렬했던 학생시위에 적극 대처해 총서기로 발탁됐다. 시 총서기의 경우 지난 2009년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에서 한족과 위구르족 간 민족 갈등이 폭발했을 때 위구르 분리독립 세력 탄압을 주도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중국 내 제도권 학자들은 서구식 민주주의가 아니더라도 당내 민주화 확대를 통해 정치개혁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급격한 서구식 정치체제를 도입하는 대신 당내 민주화 확대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내 민주화 역시 아직은 요원해 보인다. 이번 중앙위원 선거에서 중국 공산당이 당내 민주화의 척도로 여기는 차액선거(정원보다 많은 후보자를 등록시켜 득표 수가 적은 후보를 탈락시키는 선거방식) 비율이 5년 전에 비해 겨우 1% 포인트 늘어난 데 그친 것이 그 방증이다. 새 상무위원 대부분이 기득권층으로 대표되는 태자당과 상하이방인 점도 정치개혁 회의론을 부채질한다. 개혁파 후야오방(胡耀邦) 전 총서기의 아들인 후더핑(胡德平) 정협 상무위원은 최근 태자당 모임에 나가 정부에 대한 공산당의 지배력 제한을 주장했으나 별 호응을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2012-11-1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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