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할퀸 美북동부 복구 잰걸음‥사망자 70명

‘샌디’할퀸 美북동부 복구 잰걸음‥사망자 70명

입력 2012-11-01 00:00
수정 2012-11-0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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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지하철 1일 일부 운행재개…은행지점도 반 이상 재개장600만 가구 여전히 ‘암흑’‥”영업손실 포함 피해액 최대 500억弗”

초강력 허리케인 ‘샌디’가 휩쓸고 간 미국 북동부 지역은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간)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피해가 극심했던 뉴욕 지하철은 조만간 일부 노선이 다시 운행에 나설 예정이며, 증권거래소와 금융가도 활동을 재개했다.

그러나 정전과 침수 등에 따른 피해로 여전히 주요 시설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어 정상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샌디로 인한 미국 전역의 사망자 수는 70명대로 늘어났다.

◇뉴욕증권거래소 재개장‥교통도 속속 정상화 = 샌디가 펜실베이니아 일대에서 거의 소멸된 31일 최대도시 뉴욕은 대략 절반 정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버스들이 상당 부분 운행을 재개하고, 폐쇄됐던 교량이 재개통되면서 오전 및 오후 ‘러시아워’의 교통체증이 다시 시작됐다.

롱아일랜드 레일로드와 메트로 노스 레일로드 등 뉴욕 교외와 연결된 통근열차 시스템도 이날 오후 일부 서비스가 재개됐고, 버스도 정상 운행하고 있다.

뉴욕시는 교통난 해소를 위해 11월2일 자정까지 3명 이상을 태운 차량만 이스트강을 건너 맨해튼 지역에 진입할 수 있다는 내용의 강제 카풀 규정을 시행한다고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이 밝혔다.

또 침수됐던 뉴욕 이스트강 및 허드슨강 아래의 지하터널 7개 중 3개는 배수 작업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암트랙(Amtrack.미국여객철도공사)은 허드슨강 아래를 지나는 터널에 들어찬 물의 양이 사상 최대 수준이어서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2일 부로 뉴욕시를 오가는 일부 철도편은 재개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주로가 침수된 라 과디아 공항은 1일 제한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다. 뉴욕 인근의 뉴어크 공항과 JFK공항은 전날부터 부분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나흘간 발이 묶인 뉴욕 지하철은 1일부터 일부 운행이 재개될 예정이다.

조셉 로타 뉴욕교통청(MTA) 청장에 따르면 MTA 산하 23개 노선 중 14개 노선이 이날부터 다시 운행한다.

이틀간 휴장했던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는 31일 블룸버그 시장이 거래인들의 환호성 속에 재개장을 알리는 종을 울렸다. 날씨 문제로 NYSE가 이틀 연속으로 휴장하기는 1888년 이래 124년만의 일이었다.

대형 은행들도 이날 절반 이상의 지점을 다시 열었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는 뉴욕과 뉴저지, 펜실베이니아주 소재 지점 가운데 55%에 해당하는 587곳을 재개장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북동부 지역 센터 중 75%를 재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광도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하면서 뉴욕의 상징물 중 하나인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에는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전통의 뉴욕마라톤대회도 4일 예정대로 치러진다고 블룸버그 시장이 밝혔다.

다만 뉴욕의 학교들은 이번 주말까지 계속 휴교한다.

◇민·관 복구에 진땀 = 군도 손을 보탠 가운데 당국은 복구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 해군은 구조 지원을 위해 대형 수륙양용함 3대를 뉴욕과 뉴저지 일대 해안가에 파견했으며 해안경비대도 동해안 지역에 비행정을 보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주방위군 1만명이 뉴저지 등 피해가 심한 주에 배치돼 지자체 당국을 돕고 있다. 특히 뉴저지에서 홍수피해가 가장 심한 곳 중 하나인 호보켄시에 주 방위군들이 집중 투입돼 아직 대피하지 못한 주민 2만명의 대피를 돕고, 긴급 구호식량을 제공했다.

뉴저지주를 방문 중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맞수인 밋 롬니 공화당 후보의 핵심 우군인 크리스 크리스티 주지사와 함께 대통령 전용 ‘마린 원’ 헬기를 타고 피해지역을 둘러보는 등 ‘초당적’ 재난 대응 행보를 이어갔다.

그 후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여러분을 위해 여기 왔으며, 여러분을 잊지 않을 것”이라며 “여러분이 재건할 때까지 필요한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샌디 때문에 선거운동을 중단했던 오바마는 이 일정을 끝으로 선거운동 모드로 복귀, 1일 네바다주와 콜로라도주에서 유세 일정을 소화한다.

한편, 탈레반과 제휴한 파키스탄 테러조직 ‘라슈카르-에-타이바(LeT)’가 이슬라마바드 주재 미국 대사관에 피해복구 지원을 제안했지만 대사관 측은 “진지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거절했다.

또 이란의 적신월사(이슬람권 적십자사)도 미국 측에 지원할 의향을 밝혔다.

◇美 전역 사망자 70명‥수백만 여전히 ‘암흑’ = 미국 전역에서 샌디로 인한 사망자수가 70명에 도달한 것으로 파악된 가운데, 시신 수색이 진행됨에 따라 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피해가 상대적으로 큰 주들 가운데, 뉴욕주에서 30명, 메릴랜드주에서 9명, 뉴저지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각 6명씩 목숨을 잃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에너지부에 따르면 발 빠른 복구 노력 속에 약 200만 가구의 전기가 복원됐지만 뉴욕과 뉴저지를 중심으로 16개주 600만 가구 이상이 여전히 전기 공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전 사태는 서쪽으로는 중북부 위스콘신주, 남쪽으로는 노스·사우스 캐롤라이나주에까지 확산된 상태다.

뉴욕의 가스 및 전기공급업체 콘솔리데이티드 에디슨(콘에드)은 주말이 지나야 맨해튼과 브루클린 지역의 전력이 복원될 것이며, 뉴욕 교외의 주거지역은 그보다 더 늦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뉴욕주 교외 지역 최대 선거구인 나소 카운티에서는 90%가 넘는 투표소에서 전기가 복구되지 못해 주민들이 한 표를 행사하는 데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민주당 관계자가 전했다.

더불어 뉴저지주에서는 2만여명이 여전히 집안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뉴저지주 저지시티에서는 약탈 우려 때문에 야간 통행금지령이 내려졌다.

뉴욕 일대 병원들은 쇄도하는 중상자로 지난 2001년 9.11 테러 이후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벨뷰 병원은 지하실 침수로 정전이 되자 수용 중이던 환자 500명을 31일 다른 시설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뉴욕 소재 유엔본부도 타격을 입었다.

유엔본부 지하층에 회의실이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심각한 침수 피해로 인해 31일 본부 내 다른 장소로 옮겨 회의를 열었다고 외교 소식통들이 전했다.

회의에서 안보리는 “허리케인 샌디로 인해 뉴욕이 처한 예외적 상황”을 이유로 이날 만료되는 소말리아 평화유지군 주둔 기간을 7일간만 연장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맨해튼의 미술 중심지 첼시도 홍수 피해를 입었고, 경매업체 소더비는 교통 불편으로 인해 11월5일로 예정돼 있던 인상파 및 현대미술 작품 경매를 8일로 연기했다.

경제 분석 업체인 IHS 글로벌 인사이트(IHS Global Insight)는 샌디로 인한 물적 피해 추정액은 200억 달러, 업계의 영업 손실은 100억~3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다른 업체인 AIR 월드와이드는 업계 손실로 150억 달러를 예상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연방정부에 허리케인 피해에 따른 복구 비용을 최고액까지 지원해 달라고 요청할 방침이다.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샌디로 인한 경제적 피해의 최초 추산액은 최고 60억 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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