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질 날 요원한 파키스탄 ‘명예살인’

사라질 날 요원한 파키스탄 ‘명예살인’

입력 2012-08-21 00:00
수정 2012-08-21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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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파키스탄 중부의 한 마을에서 무하마드 이스마일(20)은 아내와 장모, 처제를 총으로 쏴 살해했다.

이슬람권에서 순결이나 정조를 잃은 여성 또는 간통한 여성들을 상대로 자행하는 이른바 ‘명예살인’이었다.

미국 뉴스전문채널 CNN은 사건 발생 6개월이 지난 현재 수감 중인 이스마일이 자사와의 인터뷰에서 차분한 어조로 자신의 행위는 명예살인이었다고 털어놨다고 21일 보도했다.

이스마일은 “먼저 아내의 옆구리를 쐈고, 다른 방으로 가서 장모와 처제를 쐈다. 모두 죽었는지를 확실히 했다. 그다음에 방문을 닫고 집을 떠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무런 후회 없는 표정으로 “내가 한 일에 자부심을 느낀다. 내가 경찰에 자수한 것도 이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아내가 8개월 동안 다른 남자들과 희롱하면서 집을 오랜 시간 비워두기 일쑤였다고 비난했다.

그는 “아내는 나를 한 번도 행복하게 해주지 못했다”며 “그녀는 창녀 같았다. 나를 전혀 돌보지 않았다”며 잘못을 모두 아내에게 돌렸다.

파키스탄 인권위원회는 지난 한해 모두 943명이 명예살인으로 희생됐다고 밝혔다. 희생자 수가 2010년보다 100명이 늘어났다.

인권단체들은 명예살인이 증가한 건 부분적으로는 명예살인 가해자들을 많은 경우 처벌하지 않는 사법체계 탓이라고 지적했다.

이스마일이 경찰에서 자신의 범죄를 자백했는데도 검찰은 유족들이 보상금에 합의하면 그가 곧 풀려날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자비가 보복보다 더 고귀하다는 이슬람 윤리를 신봉하는 많은 보수적 이슬람 사회에서 명예살인 피해자의 유족들은 보상금을 받는 선택을 가진다.

그러나 인권단체들은 파키스탄 같은 가부장적 사회는 명예살인으로 희생된 여성의 가족들을 괴롭혀 그들로 하여금 보상금을 받도록 협박한다고 비난했다.

또 여자를 아무런 권리도 없는 재산 중 하나로 여기고, 여성들에 대한 법적 도움의 길이 전혀 없는, 남성 지배적인 마을에서 일어나는 명예살인의 경우 희생자 유족들은 약자의 위치에 있다고 인권변호사 지아 아흐메드 아완은 지적했다.

아완은 “우리나라 일부 지역에선 여성을 위한 법적 도움이 전혀 없다”며 “명예살인이 늘고 있고 있는 건 법원이나 법이 여성들의 도움 호소를 듣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찰과 의원들, 판사들이 부패하거나 사건을 수사하고 기소할 적절한 자원과 권한이 없다는 점도 지목했다. 대신 이들은 막강한 부족 지도자들과 가문의 남성 지도자들이 어떤 논란에 대해 결정을 내리는 전통적인 정의 체계에 의존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다만 아완은 경찰이 과거보다는 가해자를 더 많이 체포하고, 법원은 더 많은 사건을 기소하고, 언론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등 명예살인과의 전투가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인권단체들은 피해자나 범행을 자백한 이스마일 같은 가해자들이 종종 석방되는 그런 가능성이 꾸준히 커지고 있는 점은 명예살인과의 전투의 끝이 아직 요원함을 보여주는 분명한 증거라고 안타까워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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