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에 연구 빛 본 피터 힉스

생전에 연구 빛 본 피터 힉스

입력 2012-07-05 00:00
수정 2012-07-05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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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년 전 논문 퇴짜놓은 CERN 방문

물리학 표준 모델의 마지막 미발견 입자인 ‘힉스 입자’일 가능성이 매우 큰 입자의 발견이 발표된 4일 스위스 제네바의 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CERN)를 방문한 영국 물리학자 피터 힉스(83)는 이 입자의 존재가 실험으로 확인됐다는 사실 자체보다는 자신의 생전에 이런 일을 보게 된 것이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입자에 관한 가설이 언젠가는 입증되리라는 것을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브리스톨에서 보낸 소년 시절 과학 선생님들이 오늘의 일을 보았다면 무척 놀라셨을 것”이라면서 자신은 이론만 파고 들었을 뿐 과학 실험실에서는 “무능한” 학생이었다고 회고했다.

힉스는 그러나 굴하지 않고 ‘빅 뱅’으로부터 질서잡힌 우주가 탄생하게 된 과정을 설명하는 미지의 입자에 관한 가설을 구축해 나갔으며 1964년 이에 관한 연구 논문을 CERN이 편집하는 물리학 학술지에 제출했다.

그러나 논문은 “물리학에 별 중요한 의미가 없다”는 이유로 게재를 거부당했다.

16년 전 에든버러 대학에서 은퇴한 뒤 석좌교수직을 갖고 있는 힉스는 그러나 자신의 논문을 퇴짜놓은 CERN에 대해 ‘그것 봐라’ 식의 감정을 갖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였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48년 전 나의 연구는 구체성이 부족했다”며 “오늘의 영광은 CERN과 이 곳에서 일한 모든 사람들의 것”이라고 겸양했다.

힉스 교수는 CERN의 연구 성과에 대해 “이는 나 개인으로 보면 48년전의 연구를 확인해 준 것 뿐이며 이들이 이를 입증해 준 것은 매우 흐뭇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지난 48년간 다른 할 일이 많았기 때문에 이런 날을 꿈꾸지도 않았다. 애초부터 나는 내 생전에 이런 일을 볼 것으로는 기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과학의 선악에 대해 강한 견해를 갖고 있는 힉스는 한때 핵 군축 운동에 참여했으나 이 세력이 핵에너지 반대 운동을 시작하자 손을 끊었다.

그는 또 자신이 종교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힉스 입자가 종종 ‘신의 입자’로 불리는데 대해 CERN의 다른 과학자들과 마찬가지로 강한 혐오감을 표시했다.

빅 뱅 이후 온 우주를 떠돌아 다니는 파편들을 끌어 모아 별과 행성, 은하 등을 만든 어떤 힘의 장(場)과 관련된 입자에 관해 힉스는 “이는 한 가지 유형의 가설일 뿐 나는 이것이 단 하나의 입자든 여러 개의 입자 가운데 하나든 그다지 개의치 않는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CERN의 강입자가속기(LHC)에서 앞으로 몇 달간 추가로 이루어질 실험을 통해 “예상되는 어떤 종류의 힉스 입자의 성질과 다른 어떤 것이 나타난다면”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CERN 관계자들은 만일 예상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입자가 발견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우주의 운동에 관한 기존 물리학 개념은 바뀌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힉스 교수는 “미래의 물리학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힉스 입자의 발견은 표준 모델을 완성한다는 점에서 한 시대의 끝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일은 새 입자에 관한 연구가 표준 모델을 넘어서 우주론과 암흑물질 등을 연결하는 새로운 흥미로운 영역으로 이어지게 되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힉스 입자의 발견으로 중력과 초대칭 등 과거 공상과학에 속했던 영역에 관한 연구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면서 “힉스 입자와 마찬가지로 초대칭 등의 연구에 동기를 부여하는 많은 이론들이 있다. 이런 모든 연구들은 표준모델과 중력을 결합시키는 가설에 필요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만일 이런 가설들을 중력 이론과 통일하지 않는다면 매우 이상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중력은 그 자체의 특성만으로는 양자 이론에 들어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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