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對韓적자 격감에 희색-한국 “그래도 FTA 덕분” 브뤼셀에서 양측 통상 관계자들 1주년 평가회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9개월 동안에만 유럽연합(EU)의 한국으로의 수출액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5% 늘었다.” <카를 데 휘흐트 EU 통상 담당 집행위원>”양측 간 무역이 2011년에 1천30억 달러로 전년에 비해 11% 늘고, 한국의 5대 수출 품목의 대(對)EU 수출은 48%나 증가했다.” <최석영 외교통상부 FTA 교섭대표>
지난해 7월 1일 한국과 유럽연합(EU)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1주년을 맞아 27일(현지시간) 양측 통상관계자들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평가회의를 열었다.
한국무역협회와 유럽의 대표적 재계 연합단체인 비즈니스 유럽이 공동개최한 ‘제1회 EU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선 양측의 통상 관료, 학자, 기업인들이 지난 1년 간의 성과와 문제점, 과제 등을 논의했다.
참가자들은 일단 양측 모두가 기존에 체결해 발효한 어떤 FTA 보다도 내용에서 가장 포괄적이고 규모가 제일 큰 한-EU FTA로 인해 엄청난 규모의 관세 절감 효과 등이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세계 경기가 침체되고 국제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다시 발호, 교역 여건이 악화한 상황에서도 한-EU 간 교역규모와 투자유치가 늘어나고 소비자물가도 일부 하락하는 등 FTA가 양측 경제에 버팀목이 됐다고 분석했다.
또 앞으로 시간이 갈수록 관세 인하 품목이 늘어나고 폭이 커지면서 FTA 효과가 증폭되고 정치ㆍ경제적 협력 관계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양측 통상 관계자들의 성과 평가는 일치하면서도 강조하는 대목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데 휘흐트 집행위원은 EU의 대한국 전체 수출액의 급증에 방점을 뒀다. 또 이는 상품 수출액에 불과하고 (EU가 한국에 비해 압도적 경쟁우위를 가진) 서비스 산업 등의 성과는 아직 집계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초기 단계에 불과하지만 계획된 개방 일정이 진행될수록 EU가 얻을 성과가 훨씬 커질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석영 대표는 양측 간의 교역규모가 크게 늘었으며 특히 FTA로 관세가 내리게 된 분야에서 양측의 수출입이 증가했고 EU의 대한국 외국인직접투자(FDI)가 60.5% 늘었다고 밝혔다. 한덕수 무협회장은 “한-EU FTA 발효 후 8개월간 FTA 관세 수혜 품목의 EU 수출은 무려 16.6%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양측의 같으면서도 다른 FTA 성과 평가는 무역수지에서 희비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작년 7월~올해 4월 우리의 대EU 수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12.5% 줄어든 반면 EU로부터의 수입은 15.0% 증가했다. EU 통계청 집계로는 지난해 EU의 대한국 수출은 전년 대비 16% 증가했으나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은 8% 감소해 EU의 대 한국 무역적자는 37억 유로로 전년(113억 유로)의 3분의 1 이하로 대폭 감소했다. 올해 1분기 들어서는 한국과의 무역적자가 작년 동기 대비 67%나 줄었다. EU로서는 만성 적자였던 한국과의 무역수지가 곧 흑자로 돌아설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한덕수 회장은 무엇보다 유로존 위기로 EU 경제가 매우 침체됨에 따라 우리 수출이 줄었다면서 그럼에도 FTA 적용 품목의 수출이 급중해 그나마 흑자 감소폭을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특히 FTA와 무관한 선박, IT(무선통신기기, 반도체 등) 등 비 혜택품목의 수출이 35.4% 감소한 것이 대EU 수출 악화의 직접적 원인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이는 우리의 대EU 수출에서 일부 품목과 소수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반증이어서 산업구조 다변화와 중소기업 등의 수출 경쟁력 향상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강유덕 부연구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교역액 변화가 양측 경기에 주로 달려 있고 경제규모에 따라 FTA 촉진효과가 비대칭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면서 “이런 점에서 한-EU FTA로 양측 교역이 늘어나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부연구위원은 따라서 양측 기업들이 기술교류 협력을 대폭 확대해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고, 정부는 이를 측면 지원하는 한편 투자환경을 개선하고 EU의 규제와 기준이 우리 기업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사전 협의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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