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군림 ‘파라오’ 무바라크의 초라한 말로

30년 군림 ‘파라오’ 무바라크의 초라한 말로

입력 2012-06-02 00:00
수정 2012-06-02 19:43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전 대통령이 ‘아랍의 봄’으로 물러난 중동 국가 지도자 가운데 처음으로 자국 법정의 심판을 받은 독재자로 기록됐다.

30년간 ‘현대판 파라오’로 군림한 그가 지난해 2월11일 대통령직에서 사퇴한 뒤 15개월여 만에 법정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은 것이다.
찢겨진 무바라크  반정부 시위대에 참가한 한 시민이 25일(현지시간) 항구도시 알렉산드리아의 거리에 설치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초상화를 손으로 뜯어 내고 있다. 알렉산드리아 AP 연합뉴스
찢겨진 무바라크
반정부 시위대에 참가한 한 시민이 25일(현지시간) 항구도시 알렉산드리아의 거리에 설치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초상화를 손으로 뜯어 내고 있다.
알렉산드리아 AP 연합뉴스


공사를 졸업한 전투기 조종사 출신인 무바라크는 1969년 공군 참모총장에 올라 이스라엘과의 제3차 중동전쟁에서 참패한 이집트 공군을 재건한 뒤 1973년 10월 제4차 중동전쟁 초기에 이스라엘군을 압도적으로 몰아붙여 전쟁영웅으로 부상했다.

이런 명성을 발판으로 1975년 안와르 사다트 정부의 부통령으로 임명되고 나서 1979년에 집권 국민민주당(NDP)의 부의장에 선출됨으로써 사다트의 후계자 자리를 굳혔다.

아랍권 국가 중 최초로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정을 체결했던 사다트가 1981년 10월 이슬람주의자 장교의 총탄에 암살되자 당시 부통령이었던 무바라크는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그는 사다트의 암살 이후 불안정한 정국을 비상계엄법으로 통제했다.

지난달 31일에서야 해제된 이 비상계엄법은 반체제 인사들을 탄압하는 정권안보의 도구로 활용돼 왔다.

무바라크는 여당 후보의 출마가 제도적으로 어렵도록 한 선거법을 바탕으로 5차례 연임에 성공하며 30년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다가 지난해 2월 시민들의 민주화 요구에 밀려 사임했다.

권좌에서 물러나고서 시나이반도의 홍해 휴양지 샤름 엘 셰이크에 칩거하던 그는 첫 재판을 받은 지난해 8월3일 법원의 명령으로 카이로 인근 군 병원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동안 법정 한편에 마련된 철창 안에 갇힌 채 침상에 누워 재판을 받는, 공판에서 목격된 그의 모습은 독재자의 초라한 말로를 여실히 보여줬다.

무바라크는 2일 종신형을 선고받고서 결국 카이로 남부의 토라 교도소에 수감됐다.

한편 무바라크와 함께 ‘아랍의 봄’의 거센 물결에 휩쓸린 다른 장기 독재자들은 세상을 떠난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본국에서 사실상 축출된 상태다.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전 튀니지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로 망명했고, 예멘의 알리 압둘라 살레 전 대통령도 지난 2월 말 후임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대통령에게 권좌를 넘겼다.

아랍의 장기독재자 중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만이 반정부 시위와 국제사회의 거센 퇴진 압박에도 민간인 학살을 자행하며 자리를 꿋꿋이 지키고 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