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연루’ 英총리 고개 숙였지만…

‘해킹 연루’ 英총리 고개 숙였지만…

입력 2011-07-21 00:00
수정 2011-07-21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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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무마 압력 부인·“조사 확대”로 자기 방어

해킹 파문으로 정치 인생 최대의 위기에 직면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20일(현지시간) 영국 하원에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결국 ‘자기방어’에 그쳤다.

이날 캐머런 총리는 성명을 통해 해킹 사건의 주범인 뉴스오브더월드 편집장을 지낸 앤디 쿨슨을 자신의 대변인으로 기용한 데 대해 “물론 후회하고 있다. 소란을 일으켜 너무도 죄송하다.”고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하지만 자신의 낙마 가능성에 집중된 세간의 관심을 쿨슨의 책임으로 돌리려는 듯 “해킹 사실을 알았다면 그를 기용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해킹 혐의가 유죄로 밝혀진다면 그는 심각한 범죄 혐의에 직면할 수 있다.”고 자신과 거리를 뒀다. 이에 대해 BBC는 “쿨슨을 옹호해 온 총리가 이제 쿨슨이 떠내려가게 내버려두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자 에드 밀리밴드 노동당 당수는 캐머런의 사과가 충분치 않다며 “캐머런 총리가 자신의 주위에 ‘침묵의 벽’을 쌓으며 재앙에 가까운 잘못된 판단을 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캐머런 총리가 쿨슨 전 뉴스오브더월드 편집장이 대변인으로 부적합하다는 경고를 5차례나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캐머런 총리는 자신의 측근들이 경찰을 만나 뉴스오브더월드의 전화해킹과 경찰 매수에 대한 조사를 무마시키기 위해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도 부인했다. 그는 또 조만간 조사단을 꾸려 언론의 윤리와 행동강령 등에 대한 폭넓은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내가 진 가장 큰 책임은 이 엉망진창인 상황을 규명해 내는 것”이라는 말로, 사태를 수습 국면으로 돌리려 했다.

하지만 캐머런 총리의 진화에도 불구하고 정치권과 언론, 경찰 간의 뿌리 깊은 ‘삼각 유착’ 의혹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해킹 파문으로 체포된 뉴스오브더월드의 전 부편집장 닐 월리스도 지난해 총선 직전 캐머런 총리의 당선을 위해 쿨슨의 비공식 자문으로 일한 사실이 새로 밝혀졌다. 캐머런 총리는 “월리스가 쿨슨에게 자문을 해줬을 수는 있지만 보수당으로부터 급여는 받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2011-07-2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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