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부정부패 폭로를 위한 민간 인터넷 사이트들이 잇달아 개설돼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지만 곧 폐쇄될 처지에 놓였다고 남방일보(南方日報)가 17일 보도했다.
신문은 최근 ‘나는 뇌물을 줬다(我行賄了)’를 비롯한 뇌물 폭로 사이트가 최근 6-7개 개설되고 각 지역의 인터넷 토론 사이트에도 비리를 폭로하는 토론방이 열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사이트와 토론방은 하루에만 10만여 명이 방문하고 지금까지 총 2천여 건의 뇌물 제공 제보가 올라오는 등 운영진들조차 놀라게 하는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고 있다.
시골 간부부터 성(省)의 고위 간부와 관련된 비리가 고발되고 고급 담배를 건넨 것에서부터 450만 위안(7억5천만 원)에 달하는 거액의 뇌물을 바친 사례가 접수되는 등 제보 내용도 다양하다.
인터넷 포털 야후 중문판이 최근 누리꾼들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75% 이상의 누리꾼들이 ‘부정부패 척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응답하는 등 부정부패 폭로 사이트에 대한 기대치도 높다.
그러나 앞서 개설된 인도의 부정부패 폭로 사이트가 1년 가까이 유지되면서 1만여 건의 구체적인 뇌물 제공 제보가 접수돼 부패 척결에 일조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중국 폭로 사이트들의 수명은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남방일보는 전망했다.
이들 폭로 사이트 대부분이 당국의 승인을 받지 않은 ‘불법 사이트’들이기 때문이다.
운영진들은 보복을 당할 수 있고 당국이 허가를 내주지 않을 것을 우려해 실명 등록을 하지 않은채 폭로 사이트들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부터 사이버 공간 통제를 강화, 개인 명의의 사이트 개설을 허용하지 않고 있으며 영업허가가 있더라도 실명 등록을 거쳐야만 사이트 운영이 허용된다. 등록되지 않은 사이트는 즉각 강제 폐쇄된다.
이를 피하려면 해외에 기반을 둔 서버를 이용해야 하지만 개인이 운영하는 중국의 폭로 사이트들은 그럴만한 역량을 갖추지 못한 처지다.
중국 최대 폭로 사이트인 ‘나는 뇌물을 줬다(我行賄了)’ 사이트는 이미 지난 15일부터 ‘준비가 되지 않았거나 실명 등록이 안 된 사이트’라는 안내문이 뜨면서 열리지 않고 있다.
닉네임이 ‘첸추쑤이(千秋歲)’인 이 사이트 운영자는 “개인이 운영하는 사이트는 서버 용량이 작고 관리에도 어려움이 많다”며 “유사 사이트들이 동일 도메인을 사용하고 데이터를 공유하는 등 연대를 통해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사이트가 당국에 의해 폐쇄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익명으로 제보할 수 있는 사이트 특성상 누군가를 음해하려는 악의적인 내용이 여과 없이 공개될 수 있다며 폭로 사이트의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폭로 사이트 운영자는 “올라온 제보 가운데 사실에 가까운 것은 25%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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