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3명도… 함께 있던 카다피 부부는 겨우 화 면해
사이프 알아랍 카다피
무사 이브라힘 리비아 정부 대변인은 “토요일인 30일 밤 트리폴리에 있는 사이르 알아랍의 집에 나토군이 미사일 공습을 가했다.”고 밝히고 “마침 같이 집에 있던 카다피 원수 부부는 화를 면했지만 사이프 알아랍과 손자들은 숨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적어도 세 발의 미사일이 사이프 알아랍의 집에 떨어졌고, 카다피의 친척 등이 공습으로 부상했다고 전했다.
이브라힘 대변인은 숨진 카다피의 막내 아들은 독일에서 공부한 학생이며, 권력 구조에서 그리 많은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나토군의 공습이) 시민 보호와는 무관하다는 점이 명백해졌고, 지금 이곳에는 정글의 법칙만이 있을 뿐”이라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나토는 성명을 통해 카다피 아들과 손자들의 사망을 보도를 통해 접했다면서 분쟁에 따른 무고한 민간인들의 희생에 유감을 표했다. 그러면서도 나토는 리비아 시민들을 위협하는 바브알아지지야 인근의 지휘통제실을 공습하긴 했지만, 카다피나 그 가족 등 어느 개인을 겨냥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로이터 통신은 “카다피의 목숨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영국과 프랑스 주도의 공습이 유엔이 승인한 ‘시민보호를 위한 군사작전’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비난을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다피 아들 일가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트리폴리 일대에서는 카다피 지지 세력들이 허공에 총을 쏘며 애도의 뜻을 나타냈다. 반면 반군 거점인 벵가지에서는 이를 축하하며 총기를 발사하거나 차량 경적을 울려 댔다.
카다피 국가원수는 막내 아들이 공습으로 숨지기 몇 시간 전에 TV 생방송을 통해 “평화를 향한 문은 열려 있다.”며 정전협상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나토는 카다피가 이전에도 몇 차례 정전을 발표하고도 민간인을 공격했을 뿐 아니라 이날도 미스라타에 무차별 포격을 가했다면서 “카다피 정권은 정전협상을 말하기 전에 먼저 민간인에 대한 모든 공격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2011-05-02 1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