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측, 반군과 협상·정치개혁 용의
리비아 반군이 다국적군의 공습 지원에 힘입어 26일( 아즈다비야 등 동부 주요 도시를 탈환하고 카다피 군이 서쪽으로 후퇴하면서 전세가 역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카다피 군에게 포위됐던 반군의 서부 거점도시 미스라타에서도 다국적군의 공습이 강화되면서 카다피군의 공격이 주춤해졌다.
다국적군의 공습으로 궁지에 몰린 카다피 측은 25일 반군과 협상하고 선거를 포함한 정치 개혁을 수용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아즈다비야 탈환..브레가 탈환 주장도 = 반군 대변인 샴시딘 압둘몰라흐는 이날 반군 거점 도시인 벵가지에서 기자들에게 아즈다비야는 “100% 우리군 수중에 들어왔다”며 “카다피 군은 더 이상 공군력과 중화기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이제 수세에 몰린 것은 카다피 군”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변인 아흐메드 칼리파는 반군이 최소 13명의 카디피군 전사를 포로로 잡았다고 밝혔다.
반군이 아즈다비야에서 서쪽으로 80㎞ 떨어진 석유도시 브레가를 탈환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반군 대변인 압둘몰라흐는 로이터에 “브레가가 100% 해방군 수중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또 한 반군 전사도 AFP에 전화로 반군이 브레가를 탈환했다고 말했으며 그와 동행한 기자도 반군이 브레가 중심을 장악했고 정부군이 철수했다고 말했다.
AP 통신은 반군 전사들이 이미 브레가 외곽으로 진격해 들어갔고 27일에는 브레가를 탈환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반군 대변인 이맘 부가이기스의 말을 전했다.
아즈다비야 탈환은 카디피 군에 대한 다국적군의 공습에 힘입은 바 크다. 지난 25일 다국적군이 아즈다비야의 동쪽 및 서쪽 관문에 공습을 가하면서 카다피 부대는 서둘러 후퇴했다. 반군의 임시 막사 역할을 했던 건물에는 카다피 친위부대원들이 서둘러 벗어 던진 제복이 욕실에 쌓여 있었다.
반군 전사 사이프 사다위(20)는 연합군의 공습에 힘입어 아즈다비야 동부 관문이 지난 25일 오후 함락됐고 서부 관문은 다음날 새벽 함락됐다며 “아즈다비야 전역이 해방됐다”고 외쳤다.
카다피 측도 다국적군의 공습으로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고 시인하면서 다국적군이 리비아를 내전 위기로 내몰고 있다고 비난했다.
칼레드 카임 외교차관은 “다국적군이 직접 리비아 정부군과 싸우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목적은 이제 시민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리비아 서부에서 반군 거점 도시 벵가지와 석유도시 토브루크로 가는 관문인 아즈다비야를 탈환하면서 반군은 다시 동부 지역에 대한 장악력을 확보하게 됐다. 사기가 높아진 반군은 서부로의 진격을 재개하겠다고 약속했다.
전세가 역전되면서 리비아에 대한 군사 개입으로 국내에서 비난에 직면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입지도 한층 강화됐다.
의원들로부터 리비아 군사작전의 목표나 출구전략을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오바마 대통령은 오는 28일 미국 국민을 상대로 리비아 군사작전에 관해 연설할 예정이다.
◇미스라타에서도 카다피군 공격 주춤 = 서방 다국적군이 이날 반군의 서부 거점도시인 미스라타에서도 공습을 강화하면서 이 지역을 포위했던 카다피 부대의 공격도 잠잠해졌다.
반군 전사인 사둔은 로이터 통신에 카다피 친위부대가 탱크를 타고 동서로 밀고 들어와 항구를 폭격했지만 “연합군 전투기가 미스라타 상공에 나타나면서 포격이 중단됐다”고 말했다.
그는 동부를 잃은 카다피 측이 서부를 장악하기 위해 아즈다비야와 브레가에서 군대를 철수하고 미스라타 공격에 집중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미스라타의 한 의사도 26일 공습에 힘입어 이틀간 이어졌던 카다피 부대의 포격과 저격이 중단됐다며 현재로서는 반군이 도시 중심을 장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리비아의 3번째 대도시인 미스라타는 서부에서 유일하게 남은 반군의 거점도시로 몇 주 동안 카다피 부대의 공격을 받고 포위된 상태였다.
프랑스는 이날 자국 전투기가 미스라타와 진탄 지역에서 카다피 친위부대의 전투기 5대와 헬리콥터 2대를 폭격했다고 밝혔다.
또 트리폴리 동쪽의 군사기지가 있는 타주라에도 다국적군 공습이 이어졌다.
한편, 리비아 반군 대표기구인 임시 국가위원회의 마흐무드 지브릴 대표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다국적군의 공습에 사의를 표하면서 더 이상 외부의 지원은 필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리비아 국민은 당신들을 해방자로 여기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외부 군대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당신들 덕분에 첫 전투에서 승리를 거뒀지만 우리는 우리 힘으로 다음 전투에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카다피 측 “반군과 협상 용의” = 이런 가운데 지난 25일 카다피 측은 반군과 협상을 시작하고 선거를 포함한 정치 개혁을 수용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압둘-아티 알-오베이디 전 리비아 총리는 이날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린 아프리카연합(AU) 회의에 리비아 정부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석해 “AU 평화안보이사회의 위임을 받은 고위급 위원회가 제시한 로드맵을 실행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리비아 정부와 반군 간 대화 중재 의사를 밝힌 장 팽 AU 사무총장은 이날 개막 연설에서 양측 간 대화를 중재하는 등 정치적 절차를 추진할 것이라며 “카다피 정권과 반정부 세력들 사이에 합의가 도출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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