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침기, 어떻게 광부들 찾아냈을까?

탐침기, 어떻게 광부들 찾아냈을까?

입력 2010-10-15 00:00
수정 2010-10-15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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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명의 광부들을 무사히 구조할 수 있었던 것은 75%의 과학과 25% 기적의 힘이었다”.

지난 8월 지하광산에 갇혀 있는 광부들을 탐침봉을 이용해 찾아낸 지형학자 마카레나 발데스(30)가 구조작업이 마무리된 뒤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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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광부 33인 69일만에 빛…지하700m 암흑서 기적을 캐다  69일 만에 신선한 공기를 맘껏 들이켰다. 13일(현지시간) 700m 갱도에서 구조된 칠레 코피아포 산호세 광산의 광부 마리오 세풀베다(오른쪽)가 그동안 애타게 기다리던 아내를 꼭 껴안으며 웃고 있다. 세풀베다는 매몰된 광부 33명 가운데 두 번째로 구출됐다. 구조작업은 14일에도 쉼 없이 계속되고 있다.  코피아포 신화 연합뉴스
칠레 광부 33인 69일만에 빛…지하700m 암흑서 기적을 캐다

69일 만에 신선한 공기를 맘껏 들이켰다. 13일(현지시간) 700m 갱도에서 구조된 칠레 코피아포 산호세 광산의 광부 마리오 세풀베다(오른쪽)가 그동안 애타게 기다리던 아내를 꼭 껴안으며 웃고 있다. 세풀베다는 매몰된 광부 33명 가운데 두 번째로 구출됐다. 구조작업은 14일에도 쉼 없이 계속되고 있다.

코피아포 신화 연합뉴스
☞[사진] 칠레 광부들 구조되기까지

전세계의 주목과 축복 속에 33명의 광부들이 모두 무사히 구조됐지만 70일 전 광부들과의 연락이 단절됐을 때 이들을 구조하는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 평가했다.

성공적인 구조로 전 지구촌의 축하를 받고 있는 칠레 당국 조차 구조작업에는 많은 행운이 따랐다고 인정했다.

우선 지난 8월 5일 광산 붕괴사고가 나면서 지하 갱도에 들어가 있는 33명의 광부들이 정확히 어디에 갇혀 있는지를 알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생사도 알 수 없었다.

30세의 젊은 여성으로, 구조대를 위해 광부들이 있는 지점을 찾아내야 할 발데스는 사고 이후 2주 넘게 애타는 마음으로 탐침봉을 넣을 지점을 정해야 했다.

그는 누군가가 이 탐침봉 밑에 메시지를 달아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광부들이 있을만한 장소를 추정해 구조대에 전했고, 매번 실패가 이어질 때마다 누구보다 마음 졸이며 다음 지점을 선정해 나갔다.

과거의 광산 사고가 생존자를 구하지 못한 채 비극으로 마무리 된 적이 많았다는 점도 구조대의 기를 꺾는 요소가 됐다.

발데스는 지질학자들의 계산에서 나온 지점보다 늘 1도 가량 아래쪽 지점을 뚫도록 했는데 이는 탐침봉을 넣을 때 진동으로 인한 오차를 감안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차이는 지하 수백미터로 내려가면 몇미터 차이로 벌어지게 되고 이는 광부들의 생사를 가를 수 있다는 점에서 발데스는 돌연 혹시 이런 좌표 수정 때문에 광부들을 발견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됐다.

구조 현장에서는 여성인 발데스가 주변에 있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의견이 많았다. 여성은 불운을 불러온다는 미신 때문이었다.

하지만 약 30차례의 실패가 이어진 후 구조대는 기적적으로 광부들이 있는 지점을 발견했다.

발데스는 “이들을 찾는 작업은 마치 700m 거리에 있는 모기를 맞추려고 산탄총을 쏘는 것과 같았다”면서 “불가능하지는 않았지만 굉장히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이후에는 첨단 과학의 힘으로 구조작업이 진행됐다.

우선 구조대는 우주선이나 잠수함에서 쓸 법한 특수장비들을 결합해 구조장비를 만들기 시작했다.

지하 피신처에 직경 5인치의 보급통로가 뚫리면서 각종 첨단 장비들도 지하로 공급됐다.

광부들의 건강을 위해 박테리아를 막아주는 특수 구리섬유로 만든 의복이 내려갔고 휴대전화에 연결하는 프로젝터도 내려보내 지하에서 영화도 보게 해주었다.

좁은 통로에서도 통신상태를 유지해주는 광섬유 케이블도 연결됐으며 광부들이 건강한 심신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심리학자와 트레이너 등도 동원됐다.

갇혀 있는 광부들의 민감한 상태를 감안, 영양사들은 이들에게 공급되는 음식이 오염되지 않도록 늘 고온에서 조리하도록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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