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극 진압 명령을 식당서…무능한 필리핀 당국

인질극 진압 명령을 식당서…무능한 필리핀 당국

입력 2010-09-04 00:00
수정 2010-09-04 21:13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현지 경찰의 미숙한 대처로 필리핀 버스 인질극 희생자가 늘었다는 비난 여론이 거센 가운데 마닐라 시장과 경찰 지휘관들이 진압 작전이 시작되는 결정적 순간에 현장을 이탈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스코 모레노 마닐라 부시장은 4일 버스 인질극 진압에 관한 청문회에서 인질범 롤란도 멘도사가 경고 사격을 시작했을 때 커피를 마시려고 근처 호텔에 갔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모레노 부시장은 도리어 “내가 무엇을 해야 했는가.가서 총이라도 맞았어야 했단 말인가”라고 반문하는 등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호텔 웨이터에게 부탁해 원래 나오고 있던 TV 스포츠 채널을 돌려 생방송으로 경찰의 구출 작전을 볼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전날 청문회에서는 알프레도 림 마닐라 시장이 진압 작전 개시 시점에 지휘 본부를 떠나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고 밝혀 파문이 일었다.

 림 시장은 “사건이 시작된 오전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 무엇인가 먹어야 했고,인질극이 밤늦게까지 계속될 것으로 생각했다”는 군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림 시장과 모레노 부시장은 각각 버스 인질극과 관련한 ‘위기관리 위원회’의 위원장과 부위원장이었다.

 이 밖에도 이날 청문회에서는 진압 명령을 직접 내린 로돌포 매그티베이 총경이 현장 지휘관을 데리고 림 시장과 함께 식당에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또 일부 현장 관계자들은 대화를 통해 인질극을 종료시킬 수 있다는 기대 때문에 당국이 인질범을 사살할 기회를 여러 차례 놓쳤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