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러, 키르기스 사태에 ‘바짝 긴장’

미·중·러, 키르기스 사태에 ‘바짝 긴장’

입력 2010-04-08 00:00
수정 2010-04-08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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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들이 키르기스스탄 유혈 시위 사태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키르기스 주재 미국 대사관과 러시아 외교부는 이날 키르기스 사태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을 촉구하는, 거의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러시아와 미국은 옛 소련 국가인 키르기스에 고액의 임대료를 주고 군사기지를 두고 있다. 이는 중앙아의 한 복판에 있는 키르기스가 양국의 군사.외교전략에서 중요한 지역임을 말해 준다. 특히 아프가니스탄 문제 해결이 절실한 미국으로선 아프간 작전 지원 기지 역할을 하는 키르기스 공군기지가 매우 소중한 상황이다.

키르기스의 정국 안정은 미.러 양국에 모두 중요하다는 점에서 과거 적대관계였던 미국과 러시아가 이날 서로 유사한 내용의 성명을 약속이나 한듯이 신속하게 내놓은 것으로 지역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중앙아에 대한 자원외교를 강화해온 중국 역시 자국의 신장자치지구가 키르기스와 인접해 있는데다 파키스탄과 아프간 등 지역 이슬람 무장세력의 침투를 막는 완충지대로서 키르기스의 혼란을 원치 않는 상황이다.

강대국들의 세계 전략이 충돌하는 중앙아의 한 복판에 위치한 키르기스는 중앙아의 ‘민주화의 섬’으로 불릴 정도로 그간 정국이 비교적 안정됐으나 이번 유혈사태로 정국이 불투명해지자 미.러.중 등은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키르기스 내 군사기지 추가 설치를 요청했으나 쿠르만벡 바키예프 대통령이 부정적 반응을 보여 관계가 악화되자 카르기스 야당을 부추겨 이번 시위사태를 초래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으며, 미국의 개입설도 나돌고 있다. 이 같은 설들에는 정권의 향방에 따라 키르기스 내 미.러 양국 기지의 존속.철수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라는 나름의 근거가 뒤따르고 있다.

이에 대해 그리고리 카라신 외무차관은 이날 “무력 충돌 자제와 민주적 절차를 통해 법적 테두리 내에서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면서 일부에서 “이번 사태에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주장을 하는데 근거 없는 낭설”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시위를 이끌고 있는 야당이 모스크바나 워싱턴과 긴밀한 관계에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없으며, 이 두 나라도 현재로선 ‘안정유지’를 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러의 사전 개입설은 근거가 약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향후 사태 전개에는 미.러 양국, 나아가 중국을 포함한 강대국들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키르기스의 경우 다른 중앙아 국가들과 달리 별다른 지하자원도 없는데다 국내총생산(GDP)의 대부분을 러시아 등에 나가 있는 자국 근로자의 송금과 미.러 양국 군사기지 설치 대가 등에 의존하는 상황이어서 쿠르만벡 바키예프 정권은 물론 야당도 양 강대국의 의견을 일정하게 수용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알마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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