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유아교육 대란 방지할 처방 필요하다/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역발전연구실장

[열린세상] 유아교육 대란 방지할 처방 필요하다/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역발전연구실장

입력 2014-12-10 00:00
수정 2014-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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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역발전연구실장
김현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역발전연구실장
지금 서울에서는 대학입시에 더해 또 다른 입학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유치원 대란’이다. 이래 가지고서야 어디 아이 유치원 보내겠나 하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예전에도 아이를 좋은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적지 않은 진통이 있었다. 그러나 올해 서울의 유치원 대란은 서울시교육청의 어설픈 행정이 기름을 부었다. 1000만 세계도시 서울에 걸맞지 않은 서울시교육청의 아마추어 행정으로 인해 시민이 정책의 시험 대상이 되고 있을 정도다. 저출산으로 아이들은 줄고 있는 상황인데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하고 의아해할 수 있을 것이다. 원성을 듣고 있는 사연은 이렇다.

서울시교육청은 예년의 복수지원으로 인한 유치원 과열경쟁을 막겠다며 올해부터 공립과 사립 유치원을 3개의 군으로 구분하고, 3군데만 지원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유치원 입학이 아수라장이 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서울시 교육 당국의 이번 시책은 임기응변 정책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1000만 시민을 대상으로 유치원생을 모집하는 일은 그저 그래도 되고 안 그래도 되는 구상 차원의 시책과 다르다. 또 영향력이 특정한 지역에 한정되는 일단의 주택개발사업도 아니다. 당장 내년에 유치원에 다닐 유아를 선발하는 현장에 바로 적용돼야 하는 시책이기 때문에 한 점의 오차나 착오가 있어서도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전에 다양한 가능성을 다각적으로 분석해 보고, 예상되는 각종 오류도 충분한 시간을 두고 차단하면서 숙성시켜야 하는 시책인 것이다.

그런데도 서울시교육청은 불과 한 달도 채 남겨 두지 않은 시점에서 지난해와 다른 원아 모집안을 불쑥 내밀었다. 텔레비전 토론은 고사하고 그 흔한 공청회나 설명회 한번 했는지도 의문이다. 동창회나 가족 모임도 그렇게 계획을 잡지 않는다. 시책 전파도 제대로 하지 않다 보니 바뀐 제도 자체를 모르는 딱한 경우도 많았다. 또 응시 횟수가 지나치게 적다는 불만이 일자 추첨일을 불과 일주일도 남겨 두지 않고 지원 횟수를 4회로 늘리고, 추첨일 하루 전에 동일한 군에서 중복 지원한 유아는 모든 유치원의 합격을 취소시킨다는 공문을 부랴부랴 보냈다. 신뢰가 가는 정책을 만들기보다는 시민의 불만에 따라 덕지덕지 땜빵식으로 시책을 개선하는 것이다. 참 창피한 서울시 교육 당국의 정책 실력이다.

지원 제한으로 서울시 교육 당국이 바라는 것처럼 유치원의 수적 경쟁률은 줄어들지 모르지만 이는 유치원 문제 해결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유치원 수는 늘어나고 유아 수는 줄어드는데도 유치원 경쟁률은 낮아지지 않는 것은 무엇보다 유치원 간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공립 유치원이나 시설이 좋은 사립 유치원으로 아이들이 몰린다. 게다가 올해는 3~5세 유아 대상의 누리과정 예산지원 불안도 부모들로 하여금 지원이 끊길지 모르는 어린이집보다 유치원으로 몰리게 하는 요인이 됐다. 아이를 더 가깝고 더 좋은 데 보내고 싶은 부모 마음을 탓할 바가 못 된다.

해답은 보다 근본적인 데 있다. 무엇보다 유아교육에 대한 공교육적 접근의 강화가 필요하다. 국공립 유치원을 보다 확대해야 한다. 전체 유치원 중 70%를 상회하는 서구 선진국에 비해 우리는 한참 부족하다. 인구 92만명인 동작구와 관악구 합쳐 국공립 유치원은 15개에 불과하다. 다른 지역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학생이 대부분 감소하고 있는 초등학교의 교실이나 공간을 활용하면 재원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보다 궁극적으로는 영국, 독일, 뉴질랜드처럼 7살 초등학교 입학으로 학제를 개편해야 할 필요가 있다. 3살부터 어린이집을 가서 7살까지 유치원을 다니게 하면서 초등학교 6년에 버금가는 5년 동안을 부모가 노심초사할 필요가 없다. 요즘은 영양이 좋아 자기 돌떡을 자기가 돌릴 정도가 되고 인지발달도 좋다. 그리고 대학도 한 해 일찍 졸업해 부모의 부담도 일찍 덜고, 본인도 일찍부터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올해 유치원 대란이 내년에는 재연되지 않고 대입보다 유치원 입학이 더 힘들다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에서 누구나가 이해 당사자가 될 수 있는 유아 교육의 보다 근본적인 처방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2014-12-1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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