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대학구조개혁평가, 더욱 효과적이려면/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대학구조개혁평가, 더욱 효과적이려면/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입력 2014-11-13 00:00
수정 2014-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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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지난 11일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 2차 공청회가 대전에서 개최됐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고등학교 졸업자 수가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교육부가 보다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현재와 같이 학령인구가 급격하게 줄고 있는 상황에서 개별 대학의 자구 노력만으로는 불과 몇 년 뒤로 예상되는 엄청난 혼란을 피해 가기 어렵다. 이번에 교육부가 추진하는 대학구조개혁은 학령인구 감소에 대한 적극적 대응과 고등교육의 질적 수준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번에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구조개혁 평가지표는 크게 두 단계로 구성된다. 평가 결과는 A~E의 5등급으로 구성되는데, 1차 평가는 교육여건, 학사관리, 학생지원, 교육성과 등 고등교육기관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요건을 대상으로 하여 그룹1과 그룹2로 나누고, 2차 평가에서는 1차에서 그룹2로 구분된 대학을 대상으로 중장기발전계획, 교육과정, 특성화 등을 평가한다. 이번 평가지표는 지난 9월 30일 개최된 공청회에서 발표된 평가지표와 관련해 대학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한 결과를 기초로 수정 및 보완된 것이다. 이번 평가안의 주목할 만한 특징은 지난번 안에 비해 평가지표를 대폭 간소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평가의 초점은 대학이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기본 요건을 충족시키는지에 두고 있다. 일정 역량을 갖춘 대학들의 평가 부담을 상당 부분 덜어 주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측면이 많다.

교육부의 이번 대학구조개혁평가는 고등교육의 질적 개선을 이루기 위한 기반 조성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명백하다. 다만, 평가지표의 개선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이루어질 대학구조개혁평가가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측면이 추가적으로 고려돼야 할 필요가 있다.

우선 이번에 발표된 평가지표에는 당초 초안에 비해 정성평가 측면의 지표가 많이 감축돼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측면은 분명 평가부담의 경감을 위해 바람직하지만, 한편으로는 대학에 따라 기울일 수 있는 차별화된 노력을 반영할 수 있는 여지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으로 남는다. 대학들이 정량지표 개선에 몰두하는 소위 형식적인 ‘지표 관리’의 문제를 다시 답습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를 낳게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평가에서 미래지향적인 개선 방안과 개선 역량에 대한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 특히 이번에 발표된 평가지표는 주로 ‘과거의 실적’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이미 요구된 실적이 확보된 대학들이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한 계기를 마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대학들의 경우 시작부터 불리한 입장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대학구조개혁평가체계는 현재의 역량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대학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차별화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또 비록 현재의 역량은 제한적이지만 비전과 실천 의지를 갖춘 발전 가능성이 존재하는지 등을 조명해 대학이 미래 고등교육기관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동시에 담아내야 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학습과 환류에 중점을 둔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평가의 궁극적인 목적은 결과를 통해 상과 벌을 주는 것이다. 이 외 더욱 중요한 목적은 결과에 대한 원인을 학습해 스스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도록 하는 것이다. 환류가 병행되지 않는 평가는 어디까지나 평가를 위한 평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 구조개혁평가의 목적은 각 대학이 스스로 존재의 이유를 마련하는 계기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이 달성된다면 우리나라의 고등교육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 대학구조개혁평가는 새롭게 도입되는 평가이기 때문에 제도 설계 자체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번 공청회에서도 여전히 대학들의 의견이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대학들의 의견을 보다 세심하게 수렴해 교육부의 이번 대학구조개혁평가가 대학 발전을 위한 획기적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2014-11-1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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