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미·캐나다 지명 신경전

[씨줄날줄] 미·캐나다 지명 신경전

이순녀 기자
이순녀 기자
입력 2026-08-30 21:15
수정 2026-08-30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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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남부 텔랑가나주의 주도 하이데라바드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밀집한 대표적인 IT 도시다. 지난 6월 이곳에 ‘도널드 트럼프 애비뉴’가 생겼다. 레반스 레디 텔랑가나 주총리가 미국과의 협력 강화, 해외 투자 유치 등을 명분으로 미국 영사관이 인접한 도로명을 바꾼 것이다. 현직 외국 정상 이름을 도로에 붙이는 일은 이례적인 데다 레디 주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정당 소속이라는 점까지 더해져 논란이 됐다.

캐나다 오타와에는 이보다 훨씬 긴 역사를 가진 ‘트럼프 애비뉴’가 있다. 오타와 센트럴파크 주거단지 내 작은 주택가에 위치한 이 도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하기 전 뉴욕의 부동산 개발업자로 승승장구하던 25년 전 명명됐다. 인근에는 ‘맨해튼 크레센트’, ‘스태튼 웨이’처럼 뉴욕을 연상시키는 길이 함께 조성돼 있다. 특정 개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목적이라기보다 뉴욕 테마 마을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로 포함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갈등의 여파로 미국·캐나다 국경 호수인 온타리오호를 연방정부 표기에서 ‘아메리카호’로 개명을 강행하자 캐나다에서 트럼프 애비뉴가 반격과 조롱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오타와 시의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전날인 지난 26일 트럼프 애비뉴 명칭을 바꾸기 위한 첫 단계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새 이름 후보로는 오바마 거리, 온타리오 거리, 캐나다 거리 등 비교적 점잖은 대안들과 함께 타코 거리 등 트럼프 대통령을 비꼬는 조롱성 명칭도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애비뉴의 개명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2021년 62가구를 대상으로 한 투표에서 찬성 21표, 반대 21표, 기권 20표로 부결됐다. 당시 반대표를 던진 주민들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보다는 주소 변경에 따른 불편을 이유로 꼽았다. 양국 무역·외교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오타와 주민들이 이번에는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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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녀 수석논설위원
2026-08-3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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