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젊은 지도자/임병선 논설위원

[씨줄날줄] 젊은 지도자/임병선 논설위원

임병선 기자
입력 2021-12-20 20:18
수정 2021-12-21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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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태어난 1986년에는 미국 우주선 챌린저호와 체르노빌 원전이 폭발했다. 국내에서는 5·3 인천사태와 부천서 성고문 사건 등으로 벼랑 끝에 몰린 전두환 정권이 금강산댐 모금 운동으로 반전의 기회를 삼으려 했다. 1987년 헌법 개정으로 이어진 6월항쟁의 자양분이 축적된 해였다.

그해 2월 11일 태어난 칠레의 학생운동 지도자 가브리엘 보리치가 그제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서 승리해 내년 3월 중남미 최연소 국가 지도자로 취임한다.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가 한 살 위이며, 31세에 취임해 얼마 전 물러난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가 서른다섯 동갑이다.

보리치는 칠레대 재학 중이던 2011년 교육개혁을 요구하는 대규모 학생시위를 이끈 뒤 2014년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돼 정치에 입문했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좌파연합 경선에서 유력했던 공산당 후보를 꺾고 “신자유주의의 요람이었던 칠레를 신자유주의의 무덤으로 만들 것”이라고 공언했다. “젊은이들이 칠레를 변화시키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2년 전 지하철요금 인상에 대한 분노를 교육·의료·연금 개혁 요구로 연결해 피노체트 시대의 유산이 온존된 헌법을 폐기하고 새 헌법으로 대체하기로 했는데, 보리치가 이 과정을 잘 관리하라는 것이 이번 대선 민심의 명령인 셈이다. 또 인구의 1%가 부의 25%를 점유하는 불평등 척결도 최우선 과제다.

유럽이나 남미나 새로운 정치의 염원을 젊은 지도자들이 이끌어 가는 점은 부럽다. 주요 국가 지도자로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44세로 가장 젊다. 덴마크와 에스토니아, 벨기에, 룩셈부르크 정상도 40대 중후반이다. 하기야 빌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도 취임 때 그 또래였다.

청년 정치인을 길러 내는 체계가 정착된 데다 양극화, 이민, 기후변화 등 과거의 정치 문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하는 점, 자금과 조직력의 한계를 단숨에 뛰어넘을 정보기술(IT)의 발전 등이 맞물린 결과다.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대한민국에서는 여전히 청년층 환심 사기에만 골몰한다. 유럽 국가 의회의 40대 이하 의원 비율이 20~30%인 데 반해 한국은 4.3%밖에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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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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