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백신 강제법/이종락 논설위원

[씨줄날줄] 백신 강제법/이종락 논설위원

이종락 기자
입력 2020-12-23 20:26
수정 2020-12-24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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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정부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지 않으면 대중교통 등의 이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프랑스는 오는 27일부터 백신 접종을 한다. 곧 의회에 제출할 정부 법안에 따르면 대중교통이나 특정 장소를 이용하거나 특정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코로나19 음성 판정 또는 백신 접종을 포함한 예방적 조치를 받았다는 증거를 제출해야 한다. 정부 입법안 내용이 알려지자 야당을 위주로 정치권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극우정당 국민연합(RN)을 이끄는 마린 르펜 대표는 정부 조치가 “근본적으로 전체주의적”이라고 했고, RN 대변인은 “보건 독재”라고 비판했다.

미국도 백신 접종이 실시되면서 의무접종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겁다. 찬성하는 쪽은 집단면역 형성으로 코로나 위기상황을 조기에 종식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반대하는 쪽은 효과가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백신을 강제하는 것은 개인의 의료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기업 CEO들은 직원들에게 코로나 백신을 의무접종하는 것을 긍정하지만, 이미 몇몇 주에서는 문화적·법적 반대를 우려해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한 의무접종을 실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백신을 조기확보하지 못한 한국은 백신접종 강제 여부를 놓고 논쟁을 벌이는 프랑스와 미국의 사례가 부럽기도 하다. 실제로 의료계에서는 “백신도 국력”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아프리카나 중동, 동남아시아 등 후진국에 매년 풍토병이 돌지만 시장가치가 낮기 때문에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수조원을 들여 백신을 개발하려 하지 않는다.

이번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에도 각 나라 국민은 국력의 차이를 실감할 듯하다. 백신 개발을 위해 미국 등에서 제약회사에 거액을 투자하고 입도선매한 탓이다. 미국·영국 등 백신 접종이 완료된 나라끼리 코로나19용 ‘디지털 백신 여권’을 발급한다거나, 백신 조기접종 국가들끼리 ‘트래블 버블’(코로나19 방역 우수 국가 간 입국 절차 간소화 및 격리 제외 조치)을 형성할 것이라는 예측들도 나온다. 그러나 지구적 차원의 집단면역이 형성되지 않는 한 꿈 같은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 소외감과 불안감이 커지면서 정부가 백신 확보에 늑장대처했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청와대가 그제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및 물량 확보를 지난 4월부터 지시했다며 13건의 지시내용을 공개했다. 이 와중에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 청문회에서 “백신은 다음 유행을 막으려고 구입하는 것”이라며 한가로운 답변만 했다. 백신 확보에 대해 오판했다면, 정부는 이제라도 솔직히 인정하고 국민에 사과해야 한다.

jr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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