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성인지 감수성과 국회의원/전경하 논설위원

[씨줄날줄] 성인지 감수성과 국회의원/전경하 논설위원

전경하 기자
전경하 기자
입력 2019-09-03 22:18
수정 2019-09-04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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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출세도 좋지만 (출산으로) 국가 발전에도 기여해 달라.”

지난 2일 열린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정갑윤 자유한국당 의원이 조 후보자에게 한 말이다. 만 55세인 조 후보자는 미혼이다. 정 의원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병폐는 출산율이다. 정말 훌륭한 분이 그걸(출산) 갖췄으면 100점짜리 후보자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아내 하나도 관리 못하는 사람.”

같은 날 열린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성중 한국당 의원이 최 후보자에게 한 말이다. 최 후보자의 아내가 민족문제연구소,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에 후원한 것을 이번에 알게 됐다고 답하자 “아내 하나도 관리 못하는 사람이 수십조원의 예산을 쓰는 과기정통부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최 후보자의 아내는 백은옥 한양대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 교수다.

박 의원은 발언 직후 동료 의원들이 삭제나 수정을 권유했는데도 응하지 않았다. 대신 “아내가 사용하는 재정과 아내의 행동 등을 관리해야 하는 뜻으로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 등에서 ‘아내 관리’ 논란이 일자 한 시간 뒤에 “아내와 회계관리도 못한다”로 수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 의원은 이날 오후 보충질의에서야 사과했다.

여성은 국가를 위해 결혼과 출산을 하고, 결혼하면 남편의 관리를 받아야 한다니.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혹시 그런 생각을 했더라도 어떻게 그 생각을 감히 입 밖으로 낼 수 있는지 참으로 한심하다. 출산 여부는 장관 후보자의 자질이나 정책 능력과 관련이 없다. 남성 장관 후보에게 자녀가 몇 명이냐고 묻지 않는 것과 같다. 성인인 아내를 통제하고 감독한다는 발상이 놀랍다. 미성년자인 자녀의 성적이나 건강 등도 돌보는 것이지 관리하는 것은 아니다. 자녀도 성인이 되면 잔소리하지 못한다. 정의당은 “뼛속까지 가부장제가 남아 있지 않으면 하기 힘든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결혼과 출산은 개인 선택의 문제다. ‘국가를 위한 출산’이란 전체주의적 사고다. 2016년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가 기초지방자치단체별 가임기 여성 수를 표기한 ‘출산지도’를 발표해 여론의 질타를 맞았는데, 그때조차 남의 일이었던 모양이다. 한국당은 지난 6월 여성 당원 대회에서 하의를 벗으며 엉덩이춤을 춰 ‘경악스러운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모진 비판을 받았는데 전혀 시정한 흔적이 없는 것 같다.

연간 1억 5000만원의 세비를 받는 국회의원들이 입법과 정책검증 등 국가를 위한 의무를 다하고 있지 않는 만큼 국회의원 소환제를 도입해 입법부를 관리하자는 성난 여론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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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rk3@seoul.co.kr
2019-09-04 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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