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무투표 당선/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무투표 당선/이순녀 논설위원

이순녀 기자
이순녀 기자
입력 2018-05-27 22:24
수정 2018-05-27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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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 후보 등록이 지난 25일 마무리되면서 표심을 향한 후보자들의 전력 질주가 시작됐다. 광역단체장 17명, 교육감 17명, 기초단체장 226명, 광역의원 824명, 기초의원 2927명, 교육의원 5명(제주) 등 총 4016명을 뽑는 이번 선거엔 후보 9317명이 등록했다. 평균 경쟁률은 2.32대1로, 역대 최저였던 2014년 6·4 지방선거(2.28대1)보다 약간 높다.
아무리 여론조사에서 큰 차이로 앞선다고 해도 뚜껑을 열기 전까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게 선거다. 후보자들은 그래서 막판까지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런데 등록 마감과 동시에 당선의 기쁨을 누리는 ‘선거 황태자’들이 있다. 단독 출마해 자동으로 당선 처리되는 무투표 당선자들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선 총 86명이다. 선거운동 기간에 중도 사퇴자가 나오면 더 늘어날 수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지방의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이나 교육감은 공직선거법에 따라 무투표 당선이 가능하다. 2006년 지방선거까지는 광역·기초의원에만 적용하고 단체장은 단독 후보라도 투표자 3분의1 이상 득표해야 당선으로 확정했다. 그러나 2010년부터 단체장에도 무투표 당선제가 도입됐다. 2010년엔 기초단체장 8명 등 167명이 무투표 당선됐고, 2014년에는 기초단체장 4명 등 229명이 무혈 입성했다.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드물지만 무투표 당선 사례가 있다. 1대 선거에서 13명, 4대 선거에서 9명, 9대 선거에서 4명, 11대 선거에서 2명이 무투표 당선자였다. 소선거구제로 치러진 13대 총선부터 19대 총선까지는 한 명도 없다가 2016년 20대 4·13 총선에서 이군현(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통영·고성 선거구에 단독 출마해 투표 없이 당선됐다.

무투표 당선은 유권자가 후보를 심판할 기회를 원천 차단해 참정권을 침해한다는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또한 의도적으로 상대 후보와 담합하거나 금전으로 매수해 선거 풍토를 타락시킬 요인도 된다. 무엇보다 무투표 당선자가 영남이나 호남 등 특정 정당세가 강한 지역이나 특정 정치인이 장악한 지역에 쏠려 있다는 점에서 기득권 고착화, 거대 양당의 독식 같은 비판과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3~4인 선거구를 줄이고 2인 선거구를 늘리는 기초의회 선거구 쪼개기를 계속한다면 무투표 당선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개혁적인 소수 정당의 정치 신인들에겐 높은 진입 장벽이고, 그 피해는 유권자가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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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녀 논설위원 coral@seoul.co.kr
2018-05-2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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