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흙 운동장/황수정 논설위원

[씨줄날줄] 흙 운동장/황수정 논설위원

황수정 기자
황수정 기자
입력 2016-08-30 21:18
수정 2016-08-30 22:43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문화 행사가 드물었던 시절에 학교 운동회는 동심들에겐 최고의 축제였다. 그런 축제 마당이 탈 없이 펼쳐지려면 하늘이 도와줘야 했다. 가을 땡볕에 새까맣게 그을리며 몇 날 며칠 전교생이 맹연습한 매스게임도 운동회 날 비라도 내렸다가는 말짱 도루묵. 행여 운동회가 취소라도 될까 봐 며칠 전부터 아이들은 날씨에 애가 닳았다. 달무리 지면 다음날 비가 온다는 어른들 말에 목 빼고 밤하늘을 올려다봤던 기억들이 있다. 쨍한 가을볕에 만국기, 하얀 석회 가루로 트랙이 말끔히 새 단장된 흙 운동장.

운동장이 오로지 흙이었던 시절의 가을 운동회 풍경이다. 그러고 보면 기성세대들에게 흙의 가치는 부지불식간 그렇게 시작된 게 아닐까 싶다.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자연 섭리에 대한 경외도 막연하나마 그때 깨우쳤던 것 같다.

바야흐로 가을 운동회의 계절이다. 그때와 지금의 풍경은 너무 다르다. 무엇보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흙의 추억이란 게 있을 여지가 없다. 숨 막히는 인조 잔디와 우레탄 트랙이 운동장에서 흙을 밀어낸 지 오래다.

정부가 학교 운동장에 인조잔디와 우레탄을 깔기 시작한 것은 10년 전쯤부터다. 어느 날부터 학교들은 앞다퉈 인조잔디를 깔아 댔다. 인조잔디가 깔리면 근거도 없이 학교의 경쟁력이 덩달아 반등했다. 인조잔디 학교에 아이를 입학시키려고 눈독 들인 극성 엄마들이 적지 않았다. 우레탄 운동장 도배 작업에 들인 정부 예산이 4800억원이다.

그 이해할 수 없었던 살풍경들이 지금에서야 제자리를 잡고 있다. 우레탄 트랙이 기준치를 초과한 중금속투성이라니 다시 흙으로 교체한다고 수천억원 생돈을 날릴 판이다. 대안으로 각광받는 것이 마사토 운동장. 물 빠짐이 좋아 시간당 40㎜의 비가 와도 30분 만에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다고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마사토로 바꾸면 예산을 우선 지원해 주겠다고 학교들을 설득하고 있다.

누가 무슨 근거로 멀쩡한 흙 위에 납 범벅의 우레탄을 깔게 했는지는 그때나 지금이나 수수께끼다. 이제 와 뒷수습에 들어갈 헛돈이 많게는 2000억원이 넘을 거라는 계산만 분명하다. 여론에 떠밀려 교체 비용으로 340억원의 긴급 예산이 편성됐지만 나머지 두어 배의 추가 예산은 어디서 마련할지 막막하다.

얼마나 말도 안 되는 허튼짓을 했는지 정부 당국만 끝내 모른 척이다. 행정 참사가 어물쩍 흙에 묻히고 있으니 화가 나는 학부모들이 많다. 어느 교육감은 “아이들은 흙 운동장에서 넘어지고 멍들 권리가 있다”고 했다. 곤죽인 흙에 미끄러지고, 고인 빗물에 빠져도 보고, 젖은 바짓가랑이 햇볕에 말려도 보면서 예측 불가의 삶에 맞서 보는 것. 알토란 같은 기회를 뺏은 우레탄 트랙의 10년은 아이들에게는 억울하게 잃어버린 시간이다.

황수정 논설위원 sjh@seoul.co.kr

김동욱 서울시의원, 3호선 대치역 1번 출구 에스컬레이터 공사비 83억원 전액 확보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 김동욱 의원(국민의힘, 강남5)이 지하철 3호선 대치역 1번 출구의 승강편의시설(에스컬레이터) 설치를 위한 총사업비 83억원을 전액 확보했다고 밝혔다. 대치역 1번 출구 에스컬레이터 설치는 인근 대규모 아파트 단지 주민들과 학원가를 이용하는 학생 및 교통약자들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본 사업은 지난 2020년 1월 설계비 2억원을 확보하며 시작됐으나, 본격적인 예산 확보와 행정 절차 추진에는 김동욱 의원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김 의원은 2022년 7월 제11대 서울시의원 임기를 시작한 이후, 기존에 조금씩 진행되던 사업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서울시 및 관계 기관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예산 확보에 전력을 다했다. 특히 1번 출구 방면에는 한티공원, 대치1동 주민센터, 학교 등의 주요시설과 공동주택, 학원가 등이 위치해 교통약자를 위한 승강편의시설 설치 필요성이 컸다. 그 결과 지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공사비 53억원을 확보한 데 이어, 올해 2025년 1월과 7월에 각각 23억원과 5억원의 예산을 추가로 편성하며 마침내 총사업비 83억원을 전액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사업예산이 전액 확보됨에 따라 지난 10월과 1
thumbnail - 김동욱 서울시의원, 3호선 대치역 1번 출구 에스컬레이터 공사비 83억원 전액 확보

2016-08-31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