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한옥호텔과 문화 콘텐츠/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한옥호텔과 문화 콘텐츠/서동철 논설위원

서동철 기자
서동철 기자
입력 2016-03-04 18:04
수정 2016-03-04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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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댁이라고도 불리는 안동 하회마을의 화경당(和敬堂)은 규모가 72칸에 이른다. 중요민속문화재인 북촌댁은 양진당과 함께 하회를 대표하는 가옥이다. 북촌댁은 1797년 첨지중추부사 류사춘이 사랑채와 문간채를 짓고 1864년 증손자 류도성이 안채와 큰사랑채, 사당을 더해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었다. 애초 만수당(萬壽堂)이던 당호를 화경당으로 바꾼 것은 류사춘의 아들 류이좌라고 한다.

북촌댁은 고택 체험에도 활용되고 있다. 큰사랑인 북촌유거(北村幽居), 중간사랑인 화경당, 작은사랑인 수신와(須愼窩), 안채, 초가집을 모두 개방한다. 큰사랑은 정면 일곱 칸, 측면 세 칸으로 손님맞이에도 썼던 할아버지의 공간이다. 방 두 칸과 대청, 누마루로 이루어졌는데, 하회마을 주변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몇 해 전 북촌댁에서 하룻밤을 묵은 적이 있다. 요즘에는 보기 드물게 풀을 먹인 듯 희고 빳빳한 이불이며 베갯잇이 인상적이었다. 낯선 잠자리였지만 정갈한 분위기 때문인지 밤새 한번도 깨지 않고 푹 잘 수 있었다. 이 집에서 아침도 먹었는데, 국과 나물도 입에 맞았지만, 특히 간고등어와 김이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안동 ‘구름에 리조트’는 더욱 적극적으로 고택 활용 방안을 제시했다. 안동댐 하류에는 1976년 수몰 지역의 옛집 일곱 채가 이전됐지만 제대로 관리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런데 문화체육관광부와 경상북도, 안동시, SK그룹이 협력해 출범시킨 사회적기업이 재작년 리조트로 변신시킨 것이다. 경상북도 민속문화재로 지정된 퇴계 후손의 계남고택은 옛 모습에 충실하지만, 다른 집들은 특급호텔이 부럽지 않게 내부를 깔끔하게 고쳤다.

단순한 숙박 시설의 개념을 뛰어넘어 지역문화 체험 공간으로 발돋움한 고택도 있다. 역시 안동의 지례예술촌이 그렇다. 임하댐 건설에 따라 지례마을이 수몰될 처지에 놓이자 의성 김씨 지촌파는 1986년 종택과 서당, 제청 등 10채를 뒷산 자락에 옮겨 지었다. 이곳에서는 안동 지역의 생활문화, 의례문화, 정신문화를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다. 특히 연출되지 않은 의성 김씨 종갓집의 실제 제례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올해도 13차례 기제사 일정을 공개해 놓고 있다.

호텔신라가 서울 장충동 면세점 부지의 ‘한국전통호텔’ 건축 허가를 받았다. 겉모습만 한옥이 아니라 한국 문화 콘텐츠를 가진 전통 호텔이어야 한다. 그러려면 설계에서부터 한옥의 주거 특성을 담아내야 할 것이다. 식음료도 당연히 호텔신라와 다른 한국적 정체성을 드러내야 한다. 콘텐츠 차별화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없다면 그저 기와를 얹은 서양식 호텔일 뿐이다. 호텔 아래는 지금보다 면적이 40% 늘어난 면세점이 다시 들어선다고 한다. ‘한국전통호텔’이 객실을 늘리고, 면세점을 확충하기 위한 경영 전략적 수사(修辭)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2016-03-0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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