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현금 지원 정책/이동구 논설위원

[씨줄날줄] 현금 지원 정책/이동구 논설위원

이동구 기자
입력 2015-10-01 23:44
수정 2015-10-02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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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TV에서 아프리카 어느 마을의 빈민 구호 정책을 본 적이 있다. 일할 의욕도 자금력도 없는 가난한 주민들에게 1인당 하루 1000원 정도의 적은 현금을 몇 년 동안 매일 꾸준히 나눠 주니 주민들의 삶이 적극적으로 바뀌더라는 내용이었다.

처음엔 받은 돈을 먹는 데 다 써버리던 주민들이 어느 순간 돈을 조금씩 모으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가족들끼리, 더 나아가 마을 주민들이 합심해 더 큰돈을 만들어 상업활동 등 다른 생산적인 일을 벌였다. 복잡한 정책보다 때로는 현금을 직접 주는 단순한 구호정책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행정 사례로 기억하고 있다.

최근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청년들에 대한 지원 정책이 봇물이다. 정부는 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임금피크제 등을 골자로 하는 노동개혁을 추진하고 있고, 지방자치단체들은 현금 지원 등 직접적인 정책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서울시와 성남시는 ‘청년보장’, ‘청년배당’ 등의 이름으로 지역 내 모든 청년들에게 월 10만원가량의 현금을 지원하겠다며 조례제정 등 구체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또 다른 무상 복지다,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이다”는 등의 의견이 분분하다.

우리에겐 낯설게 느껴지지만 청년들에게 현금을 지원하는 정책은 새로운 게 아니다. 우리보다 먼저 청년 취업난을 경험했던 프랑스는 18~26세 청년들에게 현금 수당을 지급한다. 1년 동안 구직에 필요한 직업교육을 받겠다고 약속한 청년들에게 월 57만원 정도의 현금을 지원한다고 한다. 오스트리아는 16~24세 청년들에게 소득 수준, 결혼 여부 등에 따라 주당 약 20만~60만원씩의 ‘청년수당’을 차등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지고 보면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주민들에게 현금을 직접 지원하는 복지제도는 흔하다. 노인기초연금도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을 주겠다”는 대선 공약에서 시작된 정책이다. 지난해 큰 이슈가 됐던 급식비 무상지원에서부터 저소득층 연료비 지원에 이르기까지 현금을 지원하는 제도는 부지기수다.

지자체에서는 할머니가 친손자, 손녀를 돌보는 일에서부터 다이어트, 금연에 성공한 주민들에게도 인센티브 개념의 현금을 지원하기도 한다. 모두가 주민복지 차원의 지원책이다.

현금을 지원해 주는 정책은 재원이 확보되고 당위성과 형평성만 보장된다면 효과가 가장 빠른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매년 100조원이 넘는 엄청난 돈을 복지예산으로 사용하는 데도 생활고를 벗어나지 못하는 국민이 100만명에 이른다.

차라리 이들에게 가구당 1억원 정도의 현금을 지원해 준다면 자생력은 훨씬 더 커질 것이라는 상상도 해 본다. 비빌 언덕을 마련해 준 아프리카의 어느 마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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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구 논설위원 yidonggu@seoul.co.kr
2015-10-0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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