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전통’의 한국도자기/문소영 논설위원

[씨줄날줄] ‘전통’의 한국도자기/문소영 논설위원

입력 2015-07-02 23:42
수정 2015-07-02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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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명사로 차이나(china)는 도자기라는 뜻이지만 고유명사가 되면 중국을 일컫는다. 고대 중국은 종이·나침판·화약 등 다양한 발명품이 있지만 18세기 유럽 왕실과 귀족뿐 아니라 부르주아에까지 널리 알려진 중국산 도자기가 중국의 정체성을 설명하게 된 것 같다. ‘도자기가 뭐 그리 대단하다는 거냐’라고 반문할 수 있다. 요즘 2만~3만원 안팎이면 유럽의 대형 도자기 접시를 쉽게 살 만큼 도자기가 흔하디흔한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자기는 ‘고대의 반도체’와 같이 첨단 기술이 집적된 것이다.

도자기는 도기와 자기의 합성어다. 흙 그릇을 굽는 온도에 따라 도기와 자기가 나뉜다. 섭씨 800도 정도에서 굽는 질그릇이 도기(陶器)이고, 1300도 이상의 고온에서 구운 단단하고 영롱한 그릇을 자기(瓷器)라고 한다. 800도에서 굽는 다소 투박한 형태의 도기는 중동 지역에서도 만들었다. 그러나 1300도에서 굽는 단단하기가 쇠붙이 같은 자기는 10세기 무렵에는 자기의 종주국인 중국과 한국(고려)만이 만들 수 있었다. 일본은 다 알다시피 16세기 말 임진왜란 이후 조선의 도공들을 끌고 가 자기를 만들어 수출하고 부강해졌다. 또 옻칠한 가구와 함께 19세기 유럽에 자포니즘을 형성했다.

유럽 자기는 18세기 초 독일 작센주에서 시작됐다. 유럽은 왜 자기 생산이 늦었을까. 자기는 ‘고대의 반도체’로 최첨단의 기술 집적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우선 1300도의 고온을 만들 수 있어야 하고, 그 고온을 도자기를 굽는 동안 유지하는 가마 등을 만드는 능력이 있어야 했다. 무엇보다 1300도에서 녹아 버리지 않는 바탕흙이 되는 태토(胎土)를 확보해야 했다. 1300도가 넘는 가마 속에서 흙그릇이 금속처럼 단단해지는 변화가 마치 마술 같은데 독일 연금술사들이 유럽 자기 첫 생산자인 것이 우연은 아니다.

현대에 와 명품자기 수출국은 영국·덴마크·일본 등이다. 중국·한국보다 수백 년 늦게 자기 생산에 뛰어든 유럽과 일본이 원조 도자기 국가인 중국·한국을 누른 셈이다. 개항기에 도자기의 원조 국가가 힘을 잃어 가는 틈을 타 제국주의 국가에서 문화적 역량과 새로운 기술을 더 얹어 세계 시장을 장악했던 덕분이다. 영국 왕실에 식기를 납품하던 웨지우드가 1750년대 전사기법을 발명하고 산업화에 성공해 대량생산에 들어간 것과 같다.

한국도자기가 설립 72년 만에 한 달간 청주 공장 문을 닫는다고 한다. 한때 한국 여성의 혼수품으로 한국도자기가 대세였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해외 명품 자기를 선호한다. 지난해에 한국도자기의 제품에서 납이 검출됐다고 난리가 나기도 했다. 원조, 전통만 강조해서 해당 산업이 융성하지 않는다. 개화기에 산업화한 일본 도자기가 쏟아져 들어와 조선의 전통 가마들이 모두 망하고 사라진 역사를 반복하는 건가 싶어 씁쓸하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2015-07-0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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