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동대문디자인 건물과 치성/정기홍 논설위원

[씨줄날줄] 동대문디자인 건물과 치성/정기홍 논설위원

정기홍 기자
입력 2015-03-25 18:02
수정 2015-03-26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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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장 직후부터 혹평과 찬사가 엇갈렸던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어느덧 1년을 맞았다. DDP는 ‘디자인 서울’을 내건 오세훈씨가 서울시장 재임 때 ‘건축물 없는 건축가’로 불리는 세계적 건축가인 자하 하디드에게 설계를 맡긴 건물이다. 무려 5000억원을 투입했다. ‘비정형 건축물’답게 품평은 극단적이었다. 외형이 우주선과 같아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다거나 랜드마크가 될 미래형 건물이란 논란을 거듭해 왔다. 유동인구가 50만명에 이를 정도로 관심을 받고, 패션의 중심지로 자리 잡고 있다니 다행스럽다.

논란이 궁금해 두 번을 찾았다. 세련된 바깥 모습은 인근의 투박한 건물들과 어울리지 않아 생뚱맞다. 건물의 안도 미로와 같아 많이 헷갈렸다. 곡면 알루미늄 4만 5000여장을 연결했다니 한두 번의 방문으로 그 속을 알 수 없지 싶다. 처음 방문할 땐 사전 연구와 가이드의 설명이 필요해 보였다. 다만 타원형 구조인 잠실종합운동장 옆에 지었다면 ‘따돌림 건물’ 논란이 커지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발길을 잡는 건 DDP가 아닌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이다. DDP 공사 과정에서 일제가 성곽을 없애면서 묻혔던 유물과 유적들을 발견해 복원해 놓은 곳이다. 한양도성과 부속시설인 치성(雉城), 이간수문(二間水門), 오간수문(五間水門) 등이다. 지대가 낮아 적의 침입에 불리한 지형 여건을 반영해 성의 일부를 바깥으로 돌출시켰다는 치성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이른바 ‘꿩의 성’으로, 몸을 잘 숨기고 주변을 잘 보는 꿩의 습성을 원용했다. 동대문~광희문 간에 5개가 더 있을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고 한다.

석축인 이간·오간수문도 보기 드문 구조다. 남산 쪽에서 흘러온 물을 흥인지문~광희문 사이로 흐르게 한 뒤 도성 바깥의 청계천으로 물을 빼내기 위한 시설이다. 석축의 양쪽에 구멍을 내 목재를 두개와 다섯개를 걸친 차이고, 침입자의 방어용으로도 활용했다. 수문의 모양이 무지개와 같아 홍예문(虹霓門)으로 부른다.

개장 1년을 맞은 DDP가 향후 엄청난 생산 및 고용 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거창한 논리를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곳에는 역사가 있고 숨어 있던 이야기들이 있다. 우리의 스포츠 역사를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한복에 짚신발로 진흙탕 운동장에서 공을 차고 1960~70년대 고교야구의 전설적인 추억이 깃든 곳이다. 소개 글은 ‘응원의 함성으로 절규를 대신하던 시절 매 끼니가 공포이던 피난민의 절박함, 삼류 극장에 어슬렁거리던 사춘기의 위태로움, 홈런 한 방에 잠 못 들던 삶의 열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고 적고 있다.

인근 숭의·창신동 골목에서 생산된 옷가지들, 이를 평화시장 등으로 실어나르는 오토바이의 행렬, 이를 사려는 중국 관광객 유커들의 북적임은 가치 있는 관광 상품이다. 지금은 논란을 내려놓고 옛것과 새것이 어우러진 이야기 상품을 찾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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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2015-03-2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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