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한강의 불행/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한강의 불행/서동철 논설위원

입력 2014-09-03 00:00
수정 2014-09-03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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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한강 하류 일대는 고구려, 백제, 신라의 각축장이었다. 그런데 삼국시대 한강 하류의 운명은 충북 충주 일대의 지배권과 궤를 같이했다. 충주는 처음엔 백제의 영역이었지만 장수왕 시대 고구려 영토로 편입된다. 흔히 중원고구려비로 불리는 충주시 중앙탑면 용전리의 충주 고구려비가 이런 사실을 증명한다. 553년에는 신라 진흥왕이 차지해 국원성(國原城)이라 이름붙인다.

진흥왕은 이듬해 한강 하류 일대를 점령한다. 한강 하류를 차지하려면 충주를 먼저 손아귀에 넣는 것이 필수불가결의 요소였음을 알 수 있다. 충주에서 배를 띄우면 순식간에 서울에 닿을 수 있었으니 병력과 장비 수송에 이보다 좋을 수는 없었다. 이렇듯 전략적 가치가 엄청난 충주였으니 진흥왕은 557년 국원소경(國原小京), 경덕왕은 다시 742년 중원경(中原京)으로 승격시킨 것이다. 충주는 경주에 버금가는 신라의 두 번째 수도였다.

한반도가 통일국가로 유지되는 동안 한강 물길의 군사적 중요성은 물론 전과 같지 않았다. 하지만, 대량수송이 가능한 일종의 고속도로 역할로 한강 물길의 중요성은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고려는 건국 초기부터 세금으로 걷은 곡식을 수도 개경으로 운반하고자 전국에 12개의 조창(漕倉)을 설치했다. 이 가운데 2곳이 남한강에 있었는데, 충주 덕흥창과 원주 흥원창이다. 해로(海路)를 이용하는 다른 10곳의 조창은 전국의 바닷가에 두었다.

경상도 지역의 조창은 남해안에 창원 합포 석두창과 지금의 사천인 사주 통양창이 있었을 뿐 동해안에는 두지 않았다. 지금의 경상북도 지역의 세곡(稅穀)을 육로로 새재를 넘긴 뒤 충주에서 배에 실어 개경이나 한양으로 수송하는 방식은 조선시대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신라의 군수품 수송 루트 그대로다.

조선 왕실의 그릇을 굽던 사옹원(司甕院) 분원(分院)이 한강과 맞닿은 우천(牛川) 주변에 정착한 것도 물길이 편리하기 때문이었다. 우천은 용인에서 흘러내려 오는 경안천의 옛 이름이다. 분원이 지금의 광주시 분원리에 자리 잡으면서 원료 수급은 물론 완제품을 도성으로 실어 나르는 데도 한강은 유용했다.

한강 물길은 1973년 팔당댐 건설로 가로막혔다. 이후 하류 곳곳에 수중보가 생기는가 하면 최근에는 4대 강 사업으로 남한강 중류에 대형 보를 지었다. 그런데 엊그제 한강개발 사업을 다시 벌인다는 소식이 들렸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만나 관광 휴양 명소로 만들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이참에 물길로써 한강의 기능을 되살리는 사업도 이뤄졌으면 좋겠다. 우리 손으로 끊어버린 역사를 다시 잇는 작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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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2014-09-0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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