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일본산 생선과 식탁/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일본산 생선과 식탁/서동철 논설위원

입력 2013-08-06 00:00
수정 2013-08-06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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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들여오는 수산물이란 명태와 횟감 정도라고 생각했다. 동태가 아닌 생태는 일본산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원산지 표시가 일본으로 된 돌돔, 참돔, 벵에돔을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달 수입 수산물 목록을 보니 아니었다. 명태는 물론 고등어와 갈치, 낙지, 장어, 홍어, 꼴뚜기, 마른새우, 왕게, 가리비까지 다양했다. 횟감으로도 다랑어, 눈다랑어, 남방참다랑어, 황새치, 돛새치 같은 다양한 참치 종류가 더해졌다. 영남 지역에서는 제사상에도 오르는 상어까지 수입하고 있으니 일본 수산물은 어느새 식탁을 휩쓸고 있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이른바 방사능 괴담(怪談)이 수그러들줄 모르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까지 나서 걱정했을 정도이니 악영향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이다. 괴담은 ‘일본 국토의 절반이 고농도 방사능에 오염됐다’거나 ‘한국이 수입하는 명태의 90% 이상이 일본산’이라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생각해 보면 일본은 지리적으로 어느 나라보다 가까운 이웃이다. 게다가 먹거리의 상당 부분을 의지하고 있다. 일본의 환경문제에 초연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 실제로 괴담이 퍼져나가기 시작한 것은 도쿄전력이 2011년 방사성물질 유출사고가 일어난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고농도 방사성 오염수가 지속적으로 바다로 흘러들고 있다고 고백한 이후의 일이다. 일본 정부의 사고 수습이 신뢰를 주지 못하니 괴담이 떠도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정치적 목적을 가진 세력이 유언비어를 퍼뜨려 사회 불신을 조장하는 것은 근절해야 한다. 하지만 안전한 환경에서 살고 싶은 국민의 원초적 욕구가 괴담의 형태로 나타났다면 그 원인을 해소시켜 주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다.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일대 8개현에서 잡힌 수산물은 수입을 금지하는 한편 수입 수산물의 방사능 검사도 정밀하게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정부의 방사성물질 허용 기준치는 일본을 따르고 있다. 나아가 독성이 강한 플루토늄은 아예 기준치조차 갖고 있지 않다는 의구심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원전 관련 먹거리 대책은 이제라도 수용자인 국민 중심으로 바뀌어야 마땅하다.

일본에서도 다국적 자원봉사자들이 각 지역의 방사선량을 측정해 공개하는 세이프캐스트(Safecast) 같은 시민단체의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한다. 이들의 활동을 어느 정도 신뢰한다면, 우리가 일본 방사능 오염에 지나친 공포를 가질 필요는 없을 듯하다. 하지만 그럴수록 정부는 국민이 더 이상 동요하지 않도록 보다 정교하게 대응해야 하지 않을까.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2013-08-0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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