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이 쓸데없이 길어진 날엔 버스 안 승객들의 옷차림을 유심히 살핀다. 평소 눈여겨보지 않았던 낯선 이들의 패션을 보는 재미가 의외로 쏠쏠하다. 누구는 5월인데도 여전히 두툼한 패딩을 입었고, 누구는 벌써 반소매 차림을 했다. 자연의 온도는 똑같은데 각자의 체감온도는 이렇듯 천차만별이라니.
어디 옷차림뿐일까. 인간사 모든 일은 겉보기에 똑같더라도 개개인의 처지와 상황에 따라 다른 모양과 색깔을 띠기 마련이다. 그러니 나의 사례에 견줘 지레짐작하는 어리석음을 경계해야 할 일이다.
2023-05-10 2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