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러운 꽃을 찾아나서는 데는 또 게으르기만 하다. 시골집 매화나무조차 무얼 하느라 올해도 때를 맞추지 못했다. 이것들이 꽃피고 열매 맺으며, 이파리 지는 모습을 온전히 볼 수 있는 날도 멀지 않았으니 다행스럽다고 해야 할까.
친지가 보내 준 산천재 사진의 남명매(南冥梅)도 꽃을 떨군 모습이다. 남명 조식 선생이 후학을 양성하던 작은 공부방이 산천재(山天齋)다. 소박하지만 엄숙했을 강학 공간의 울긋불긋 단청이 사진으로 봐도 거슬린다. 산청에 남은 남명 선생의 흔적은 여러 차례 둘러봤지만 산천재에 단청을 해놓은 이후에는 가고 싶은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 신도시 꽃밭처럼 정이 가지 않으니 애써 먼 길을 떠날 이유가 없다.
2023-05-04 2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