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바람은 아직 매서웠다. 여전히 얼음장 같을 차가운 물을 두려워하지 않는 윈드서핑 마니아들 네다섯 명이 한강 위를 펄럭거리며 물결을 강둑 쪽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지난 주말 한강 언저리에는 마스크로 코와 입을 꽁꽁 감싼 채 열심히 운동하는 이들로 제법 북적거렸다. 그 틈바구니에 일고여덟쯤 되는, 손주를 데리고 나온 여인이 있었다. 쭈그려 앉아 허리 숙여 뭔가에 열중이다. 강 구경하는 척하며 슬그머니 곁에 앉았다.
여인이 “맛있는 쑥국도 끓여 먹고, 쑥떡도 해먹자”라고 하니, 아이는 “난 쑥떡 싫은데?”라며 야물게 받아친다. 문구용 칼을 든 여인의 손은 쉬지 않은 채 어린 쑥을 자르고 손주도 “여기도 있다. 여기도” 하며 덩달아 바빴다.
봄이 왔다는 신호는 곳곳에서 뿜어져 나온다. 아직은 땅에 납작 엎드려 있지만, 봄의 기운, 생명의 기운을 잔뜩 머금은 쑥이 겨울이 끝났음을 선언했고, 봄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사람들은 기꺼이 쑥맞이, 봄맞이에 나섰다. 버드나무도 곧 진한 초록이 될 연둣빛을 머금고 있고, 개나리도 노란 움을 틔울 준비가 된 듯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다며 봄과도, 생명과도 거리를 두는 건 좀 서운한 일이다. 나중에 2020년 봄의 기억은 사람마다 유별나게 남을 것이다.
여인이 “맛있는 쑥국도 끓여 먹고, 쑥떡도 해먹자”라고 하니, 아이는 “난 쑥떡 싫은데?”라며 야물게 받아친다. 문구용 칼을 든 여인의 손은 쉬지 않은 채 어린 쑥을 자르고 손주도 “여기도 있다. 여기도” 하며 덩달아 바빴다.
봄이 왔다는 신호는 곳곳에서 뿜어져 나온다. 아직은 땅에 납작 엎드려 있지만, 봄의 기운, 생명의 기운을 잔뜩 머금은 쑥이 겨울이 끝났음을 선언했고, 봄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사람들은 기꺼이 쑥맞이, 봄맞이에 나섰다. 버드나무도 곧 진한 초록이 될 연둣빛을 머금고 있고, 개나리도 노란 움을 틔울 준비가 된 듯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다며 봄과도, 생명과도 거리를 두는 건 좀 서운한 일이다. 나중에 2020년 봄의 기억은 사람마다 유별나게 남을 것이다.
2020-03-19 2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