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총총’(??), 8760/이지운 논설위원

[길섶에서] ‘총총’(??), 8760/이지운 논설위원

이지운 기자
입력 2020-01-08 23:14
수정 2020-01-09 03:3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손을 씻을 때 대야 속으로 빠져나가고, 식사 때에도 밥그릇 속으로 사라진다.” 주자청(朱自淸)의 산문 ‘총총’(??)은 시간의 속성을 일상에서 이렇게 포착했다. “간 것은 간 것이고 오는 것은 오는 것이지만, 오고 감의 중간은 어찌 그리 총망한가.” 이어지는 시도와 좌절. “그것이 바삐 감을 깨닫고 손을 뻗어 막고 당겨보려 해도 손 사이로 사라진다.” “침상에 눕노라면 날렵하게 몸 위를 뛰어넘고, 발끝 너머 날아간다.” “한숨과 함께 번쩍 지나가 버린다.”

시간은 숫자로 계산되지만, 실감하긴 어렵다. 누군들 음속이나 광속을 헤아릴 수 있을까.

그래서 그것을 ‘가치’로 환산한 것은 기발했다. “한 토막 시간은 한 마디 금과 같다(一寸光音一寸金).” 그런데 “한 마디 금으로 한 토막 시간을 살 수는 없다(寸金難買寸光音)”고 하니 제자리다.

어느 책자의 제목에서 본 ‘8760시간’이 알려 주었다. ‘1년’은 1개의 시간이 8760개가 쌓여 된 것이라고. 똑같은 분량인데, 왜 8760개가 쌓일 때마다 새로 세는지도 말해 주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그러고 보니 24개가 먼저 이것을 계시(啓示)하고 있었다. 날마다, 자연현상을 통해. “왜 우리의 나날은 한 번 왔다가 다시 돌아가는가.” 주자청은 알고 있었으리라.

jj@seoul.co.kr
2020-01-09 29면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전북특별자치도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가능할까?
전북도가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도전을 공식화했습니다. 전북도는 오래전부터 유치를 준비해 왔다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지난해 ‘세계잼버리’ 부실운영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상황이라 유치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전북도의 올림픽 유치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가능하다
불가능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