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냉이와 지칭개/문소영 논설실장

[길섶에서] 냉이와 지칭개/문소영 논설실장

문소영 기자
입력 2019-04-02 22:32
수정 2019-04-03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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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차 ‘도시농부’로 지난주에 텃밭에 나가 감자를 심고, 호기롭게 냉이도 캤다. 시골 출신이라 어린 시절 냉이를 자주 캤다고 자랑하는 동갑내기랑 동행했는데, 소도시 출신으로 냉이와 유사 풀을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의 ‘감별’ 능력을 기대했다. “이거 냉이냐”고 묻고, “냉이네”, “냉이 아니네”를 반복하며 한 소쿠리를 캤다. 집에 돌아와 소셜미디어를 봤더니 경기도 하남 사는 들꽃 전문가가 그날 마침 냉이를 캤다며 사진을 올려놓았다. 냉이 유사 풀인 ‘지칭개’ 사진도 함께. 낭패! 친구나 나나 흔한 봄나물 하나 구별할 줄 모르다니!

냉이는 뿌리 전체가 미색으로 길고 곧다. 유사 풀인 지칭개는 잎사귀와 뿌리의 경계 부분이 붉다. 지칭개의 잎사귀는 뒤집어보면 흰빛이 난다. 냉이나 지칭개의 뿌리는 모두 냉이 냄새가 난다. 잘 몰라서 뿌리 냄새까지 맡아가며 수확한 냉이 한 소쿠리 모두 지칭개였다. 제대로 사물을 인지하지 못하면 ‘유사품’에 속을 수밖에 없는 세상사에 빗댈 수 있을까.

지칭개가 냉이보다 못할지는 모르나 겨울을 난 봄나물들이기에 쓴맛이 강하지만 영양분이 많으니 국을 끓이거나 나물로 먹어도 좋단다. 그래도 냉잇국을 먹고 싶다는 가족의 하소연이 들리는 듯해 다시 봄들에 나가봐야겠다.

symun@seoul.co.kr

2019-04-03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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