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대목 장날 멀리 동네 앞 제방에 양손에 보따리를 든 동네 어른들의 실루엣이 드러나면 우린 모두 달려나갔다. 그중에서 장에 다녀오시는 어머니를 찾아내고 이기지도 못하는 짐을 들겠다고 우겼다. 그 속엔 바지와 점퍼 등 설빔…기대가 들어 있었다. 그 길은 서울로, 대전으로 돈 벌러 떠났던 우리의 삼촌, 고모, 형, 누나들의 귀성길이었다. 성공했든 못 했든 그들의 양손엔 꾸러미가 가득했다.
설날이면 그들은 친척집에서부터 이웃집까지 동네를 돌며 세배를 다녔다. 가는 집마다 한 잔씩 받아 마시면 점심 때쯤엔 거나해져 갈지자걸음으로 골목길이 좁아졌다. 우리는 풍년을 비는 어르신들의 풍장 대열을 따라다녔다. 마을 모정에서는 “모야~” 윷놀이 함성이 울려 퍼지고…. 그렇게 설날 해는 기울었다. 볼 수 없는 것들이다. 지금은 한 집 건너 빈집이다. 그마저도 설이면 역귀성으로 밤에 불 들어오는 집이 많지 않다.
아버지가 서울의 병원에서 눈 수술을 받고 치료 중이어서 올해 처음으로 부모님과 서울에서 설을 쇤다. 문득 떠오른 세시풍속이다.
김성곤 논설위원 sunggone@seoul.co.kr
설날이면 그들은 친척집에서부터 이웃집까지 동네를 돌며 세배를 다녔다. 가는 집마다 한 잔씩 받아 마시면 점심 때쯤엔 거나해져 갈지자걸음으로 골목길이 좁아졌다. 우리는 풍년을 비는 어르신들의 풍장 대열을 따라다녔다. 마을 모정에서는 “모야~” 윷놀이 함성이 울려 퍼지고…. 그렇게 설날 해는 기울었다. 볼 수 없는 것들이다. 지금은 한 집 건너 빈집이다. 그마저도 설이면 역귀성으로 밤에 불 들어오는 집이 많지 않다.
아버지가 서울의 병원에서 눈 수술을 받고 치료 중이어서 올해 처음으로 부모님과 서울에서 설을 쇤다. 문득 떠오른 세시풍속이다.
김성곤 논설위원 sunggone@seoul.co.kr
2018-02-1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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