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과 경계 근무를 마친 미군 병사들이 막사로 줄지어 돌아오고 있었다. 한국전쟁이 정전된 이듬해부터 2004년까지 비무장지대(DMZ) 남방한계선에서 2㎞ 떨어진 곳에 위치한 캠프 그리브스. 지난주 이곳의 막사 등을 둘러봤다. 미군들의 모습이 환영처럼 눈앞을 스친다.
지난 17일부터 ‘기억과 기다림’이란 주제로 옛 콘센트 막사, 탄약고, 체육관 등에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이 땅에서 반세기 이상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다 철수한 폐허의 미군기지 건물이 미술전시장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DMZ는 아직도 전쟁의 상흔을 안고 있다. 작가들은 아픈 기억을 평화의 기다림으로 승화시킨다.
한 막사에 전시된 DMZ 인근의 식물들로 이뤄진 미니 동산은 전쟁의 땅을 생명의 발전소로 치환하기에 충분했다. DMZ 숲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역동적으로 변하는 것을 화폭에 담기도 했다. 주한 미군의 유일한 DMZ 부대가 머물렀던 이 기지의 작은 역사도 소개됐다. 미군기지가 주는 장소의 긴장성은 이제 새로운 평화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옹달샘으로 바뀌고 있다.
이경형 주필
지난 17일부터 ‘기억과 기다림’이란 주제로 옛 콘센트 막사, 탄약고, 체육관 등에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이 땅에서 반세기 이상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다 철수한 폐허의 미군기지 건물이 미술전시장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DMZ는 아직도 전쟁의 상흔을 안고 있다. 작가들은 아픈 기억을 평화의 기다림으로 승화시킨다.
한 막사에 전시된 DMZ 인근의 식물들로 이뤄진 미니 동산은 전쟁의 땅을 생명의 발전소로 치환하기에 충분했다. DMZ 숲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역동적으로 변하는 것을 화폭에 담기도 했다. 주한 미군의 유일한 DMZ 부대가 머물렀던 이 기지의 작은 역사도 소개됐다. 미군기지가 주는 장소의 긴장성은 이제 새로운 평화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옹달샘으로 바뀌고 있다.
이경형 주필
2017-05-22 2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