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조부님 따라 시골 묘사에 갔다가 인사드린 촌수가 먼 ‘아재’의 얼굴이 떠올랐다. 누런 피부색에 검은 머리칼, 광대뼈가 나온 넓적한 얼굴, 날카롭게 찢어진 눈매…. 지난주 러시아 바이칼호 여행 때 방문한 브리야트 민속마을 샤먼(제사 드리는 사람)의 모습이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그와 악수하고 서로 어깨동무를 한 채 사진까지 찍고 보니 돌아가신 ‘아재’가 환생한 것 같았다.
바이칼 원주민인 브리야트인들은 북방계 몽골리안으로 통칭된다. 어떤 인류학자는 한민족의 시원을 여기서 찾기도 하는데, 우리와 닮아도 너무 닮았다. 국내 유전학연구소가 몇 년 전 민족 간 유전적 거리를 조사한 결과 북방민족 가운데서도 한국인, 일본인, 브리야트족은 유전자 75%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냈다.
밤낮의 온도 차가 극심한 시베리아의 건조한 초원을 달리면서 인고의 세월을 견뎌 낸 강인한 저 칭기즈칸의 후예들 …. 관광버스가 소 떼의 도로 횡단을 위해 잠시 정차한다, 몸집이 작은 몽고말을 타고 소 떼를 이끄는 깡마른 목동의 눈빛에서 유라시아 대륙을 휘젓던 그 선조들의 체취를 엿본다.
이경형 주필 khlee@seoul.co.kr
바이칼 원주민인 브리야트인들은 북방계 몽골리안으로 통칭된다. 어떤 인류학자는 한민족의 시원을 여기서 찾기도 하는데, 우리와 닮아도 너무 닮았다. 국내 유전학연구소가 몇 년 전 민족 간 유전적 거리를 조사한 결과 북방민족 가운데서도 한국인, 일본인, 브리야트족은 유전자 75%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냈다.
밤낮의 온도 차가 극심한 시베리아의 건조한 초원을 달리면서 인고의 세월을 견뎌 낸 강인한 저 칭기즈칸의 후예들 …. 관광버스가 소 떼의 도로 횡단을 위해 잠시 정차한다, 몸집이 작은 몽고말을 타고 소 떼를 이끄는 깡마른 목동의 눈빛에서 유라시아 대륙을 휘젓던 그 선조들의 체취를 엿본다.
이경형 주필 khlee@seoul.co.kr
2016-09-02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