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어머니의 안경/최광숙 논설위원

[길섶에서] 어머니의 안경/최광숙 논설위원

최광숙 기자
최광숙 기자
입력 2016-07-13 00:54
수정 2016-07-13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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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연히 장롱 정리를 하다가 어머니가 쓰시던 안경을 발견했다. 어머니의 선글라스는 여동생이 가져가고, 그 안경은 내가 유품으로 남겨 둔 것이다. 동그란 모양의 금테인데 이른바 명품 브랜드다. 20여년 가까이 됐어도 어제 산 듯 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당시 안경점 주인이 비싼 안경을 고른 어머니를 칭송(?)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순전히 장삿속 이문만은 아니었다. 보통 다른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진짜 사고 싶은 안경을 두고도 그저 그런 안경을 집어 드는 것과 달리 어머니는 딸의 눈치도 살피지 않고 마음에 드는 안경을 골랐다는 것이다. 사실 7남매를 키우느라 고생하신 어머니는 그 어떤 값진 것도 살 자격이 있는 분이었다.

어머니의 안경을 써 보니 영 낯설지가 않다. 거울 속 내 얼굴에 어머니의 얼굴이 어른거린다. 어머니의 딸 머리에도 흰 눈꽃이 내린 지 오래니 점점 그 안경을 썼던 어머니를 닮아 가는 게다. 좀더 나이 들면 그 안경을 쓸 생각이다. 어머니의 당당했던 선택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혹 어머니 당신만이 아니라 후대의 딸까지 염두에 두고 그 안경을 샀던 것은 아닐까?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6-07-1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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