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돌아온 기러기 떼/이경형 주필

[길섶에서] 돌아온 기러기 떼/이경형 주필

입력 2015-10-14 17:58
수정 2015-10-14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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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가 내린 뒤라 쌀쌀하다. 시베리아에서 언제 왔는지 수십 마리의 기러기 떼가 V자 대형을 지어 끼룩끼룩 소리를 내며 날고 있다. 한강 하구를 끼고 펼쳐진 들판은 여기저기 추수가 끝나 검은 논바닥이 드러나 있다.

둑길을 지나 농로를 따라 걷는다. 수백 마리의 기러기 떼가 논바닥에 앉아 모이를 쪼고 있다. 낟알이나 벼 그루터기에 새로 나온 어린 순, 진흙 바닥의 작은 벌레들을 먹고 있을 것이다. 인기척이 나자 일제히 날기 시작한다. 순간 가을 하늘은 검은 기러기 떼의 군무로 가득 찼다.

기러기 떼는 조석으로 한강 개펄에서 들판으로 출퇴근(?)을 한다. V자 대형을 이루는 것은 선두 기러기가 힘찬 날갯짓으로 상승기류를 만들면 뒤따라오는 기러기는 이 흐름을 타고 에너지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V 편대로 날면 혼자 나는 것보다 71%나 더 멀리 날 수 있다. 선두가 지치면 대열 안으로 들어오고 다른 기러기가 선두에 나선다고 한다.

리더의 헌신은 조직을 살린다. 저마다 앞장서 봉사하겠다는 구성원의 의지가 충만할 때, 그 조직은 발전하기 마련이다.

이경형 주필 khlee@seoul.co.kr
2015-10-1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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