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어떤 묘한 슬픔/손성진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어떤 묘한 슬픔/손성진 수석논설위원

입력 2013-12-10 00:00
업데이트 2013-12-10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수십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추억을 떠올리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졸업하고 처음 모임에 나간 초등학교 동기 동창들 이야기다. 그중에는 1학년이던 1968년 초 단 한 학기만을 다니고 부산을 떠나 서울로 전학을 갔지만, 그 인연을 못 잊어 모임에 나온 친구도 있었다.

파릇파릇한 새싹 같던 아이들은 수십겹의 나이테를 두른 성목(成木)으로 변해 있었다. 마음은 곧 동심으로 돌아갔다. 우리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아스라한 기억의 실타래를 풀어냈다. 지금은 재개발로 옛 모습을 찾을 길이 없는 동네의 골목길이며 학교 근처의 삼류극장에서 단체로 영화관람을 했던 기억도 꺼냈다.

집으로 놀러 갈 정도로 친했지만 까맣게 잊고 있었던 여학생 J가 문득 생각나 소식을 물었다. 옆자리에 있던 동기생들이 “참 예뻤지”라면서 답해 주었다. 30여 년 전 대학 진학을 위해 서울로 왔는데 얼마 되지 않아 연탄가스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고. 순간 슬픔이라는 말로는 표현이 안 되는 묘한 감정이 스치고 지나갔다.

손성진 수석논설위원 sonsj@seoul.co.kr

2013-12-10 30면
많이 본 뉴스
고령 운전자 사고를 줄이려면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 이후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다음 중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대책은 무엇일까요?
고령자 실기 적성검사 도입 
면허증 자진 반납제도 강화
고령자 안전교육 강화
운행시간 등 조건부 면허 도입
고령자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