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공룡알’/문소영 논설위원

[길섶에서] ‘공룡알’/문소영 논설위원

입력 2013-10-29 00:00
수정 2013-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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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전남 장흥에 다녀왔다. 노란 벼가 가득했던 평야는 수확을 마쳤지만 단풍은 아직 남하하지 않아 나무들은 푸르러 늦여름 분위기를 풍겼다. 텅 빈 논에 흰색의 커다란 공처럼 생긴 낯선 것들이 놓여 있어 눈길을 끌었다. 시골 ‘할매·할배’들이 ‘공룡알’이라고 부르는, 탈곡을 마친 볏짚을 말아놓은 것이었다. 누군가가 소 여물로 줄 볏짚들이 비나 서리에 젖어 손상되지 않도록 탈곡을 마친 직후에 기계를 이용해 둘둘 말아두고 겉은 흰색 비닐로 꽁꽁 싸둔다고 설명해 주었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던 시절엔 추수하면 한동안 볏단을 논바닥부터 척척 쌓아두었다. 자연 상태로 말려서 아궁이 불쏘시개나 소 여물로 쓰기도 했다. 어릴 때 그 짚가리를 보면 우리 집에 풍년이 든 듯이 기분이 좋았다. ‘공룡알’은 볏짚을 자연 상태로 건조하거나 보관할 때 생길 수 있는 손실을 줄일 수 있단다. 3년이 지나도 끄떡없단다. 초기에는 숙성용 효소 처리를 했는데 볏짚에 메주를 발효시킬 만큼 효소가 많아 그럴 필요없단다. 감탄하며 머리를 끄덕였다. 한우야, 튼튼하게 자라라!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2013-10-2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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