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떠난 자리/최광숙 논설위원

[길섶에서] 떠난 자리/최광숙 논설위원

입력 2013-03-29 00:00
수정 2013-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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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점심 자리에서 낙마한 공직 후보자들 얘기가 화제에 올랐다. 한 공직자가 불만을 토로했다.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느라 2주일가량 밤 늦게까지 일했단다. 쏟아지는 의혹에 대한 해명 자료를 만드느라 생고생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후보자가 갑자기 자진 사퇴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자신을 위해 그리 열심히 뛴 공무원들은 안중에도 없는지 “그동안 고생했다 ”는 말 한마디 없었단다. 물러나는 이에게 무슨 경황이 있으랴. 그러나 아무리 그렇더라도 사퇴 전날까지 아낌없이 도움을 받아놓고 뒤도 안 돌아 보고 나몰라라 내뺀다면 어찌 좋은 소리를 듣겠는가.

사람의 일면만을 보고 이러쿵저러쿵 평가하는 것은 물론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이 있다. 사람은 떠나간 자리가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 만남이 소중한 만큼 헤어짐 또한 소중하다는 점이다. 들고 날 때의 처신을 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다. 공직 낙마자들이 물러남의 미학만이라도 보여줬으면 동정이라도 살 텐데 이중삼중으로 씁쓸한 요즘이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3-03-2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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