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바람꽃/함혜리 논설위원

[길섶에서] 바람꽃/함혜리 논설위원

입력 2013-03-20 00:00
수정 2013-03-20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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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반도 국립공원을 유명하게 만든 것 중 하나가 변산바람꽃이다. 이곳에서 가장 먼저 발견돼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 땅의 봄 소식을 가장 빨리 알리는 야생화다. 이달 초 내변산에 트레킹 갔을 때가 마침 개화기여서 바람꽃을 볼 수 있었다. 얼핏 보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지만 누런 낙엽들 사이에 적지 않게 피어 있었다. 10㎝도 채 안 되는 풀 끝에 달려 있는 앙증맞은 하얀 꽃이 바람에 하늘거리는 모습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피어났음을 생각하니 더욱 감동으로 다가왔다.

일주일 뒤 남양주의 천마산에서 비슷하게 생긴 야생화를 발견했다. 이건 ‘너도바람꽃’이란다. 알고 보니 풍도바람꽃도 있고, 꿩의바람꽃도 있다. 생김새는 모두 비슷하다.

바람꽃이 피기까지 최소 7년이 걸린다고 한다. 차가운 땅속에서 겨울을 나고, 봄이 오면 나와서 햇볕을 쪼이다가 다시 땅속으로 들어가 한 해를 기다린다. 이러기를 수차례 한 뒤에야 꽃을 피운다. 바람처럼 나타났다가 바람처럼 사라진다. 우리에게 무한한 행복을 안겨 주고서 말이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2013-03-2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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