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동지팥죽/정기홍 논설위원

[길섶에서] 동지팥죽/정기홍 논설위원

입력 2012-12-21 00:00
수정 2012-12-21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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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팥죽을 먹고 싶다.”는 말에 아내는 “죽집에서 먹고 오면 되지.”라며 툭 내뱉는다. 나들이를 하려던 나의 속마음이 영 탐탁지 않게 됐다. “오래전 이맘때면 종종 근처의 팥죽집에 들렀는데···. 그래, 내 생각이 사치였어.”

오늘은 동짓날이다. 요즘엔 절기를 부지불식간 지나치지만 동지(冬至)에 팥죽을 해먹던 일은 예전엔 흔했다. 팥죽을 끓이던 날이면 어머니 옆에 앉아 새알을 빚던 기억도 새록새록하다. “동지팥죽을 먹어야 한살 더 먹는다.”는 말에 손가락 하나를 더하던 ‘셈법’은 팥죽 속의 새알 욕심 때문이었다. 팥죽과 함께 먹던 동치미 국물의 시원함을 잊을 수 없다.

동짓날 팥죽을 먹는 풍속은 붉은 색깔의 팥이 잡귀신을 막아 준다는 속설에서 유래됐다. 하지만 밤이 가장 긴 동지는 양기(陽氣)가 약해져 역병(疫病)에 걸리기 쉬운 때여서 열량이 높은 팥과 새알은 몸보신에 제격이었을 것이다. 오늘 서울 인사동에서 동짓날 행사가 있단다. 아내가 보란듯이 팥죽 한 그릇 뚝딱 하고서 집에 들어갈까.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2012-12-2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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