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꺽다리/노주석 논설위원

[길섶에서] 꺽다리/노주석 논설위원

입력 2012-08-24 00:00
수정 2012-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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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다. 키가 큰 게 그리 큰 장애일 줄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무료상영하는 EBS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출품작 중 한 편인 ‘Tall Girls-A story of Giants’에는 키가 185㎝가 넘는 꺽다리 소녀와 가족들이 등장해 키 때문에 겪는 고민과 고통을 보여준다. 소녀들은 성장을 막는 호르몬제를 주사하거나 무릎의 성장판을 닫는 수술을 받기도 한다. 오히려 키를 키우려고 무릎 성장판을 늘이는 수술이 유행하는 우리와 딴판이다.

영화는 소녀들이 큰 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극복하는 과정을 소개한다. 몇몇은 운동선수가 되거나, 모델이 되어 큰 키를 활용한다. 남자친구가 자기보다 키 큰 애인에게서 얻는 여러 가지 장점을 설명한다. 키스도 포함돼 있다.

언젠가 내 키를 두고 땅딸막하다고 표현하는 것을 듣고 속상한 적이 있었다. 학창시절, 키 큰 친구를 꺽다리라고 놀리기는 하였으나 은근한 부러움이 팔할이었다. 영화를 보는 동안만이라도 아담한 내 키가 고마웠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2012-08-2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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