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롱뇽이 노니는 백사실계곡을 타고 사계절이 흐르는 곳…. 시인 윤동주의 언덕과 환기미술관, 클래식을 연주하는 한옥을 품어 안고 북악산 기슭에 걸터앉아 주말이면 도심 회색빛에 지친 누군가의 사진첩과 화첩에 담기는 곳. 부암동이다.
한데 이 호사로운 부암동 여름살이에는 시샘 하나가 따른다. 낮밤이 바뀐 매미와 철 모르는 귀뚜라미, 마땅히 제 동네일 어치와 곤줄박이, 직박구리가 찌지지지 새벽을 때린다. 자연산이지만 고약한 알람시계다. 여기까진 좋다. 그 뒤로 우유나 신문을 한가득 실은 오토바이 부대가 두두두두 줄을 잇고, ‘잘 익은 복숭아나 참외, 수박 있웨에~두부 있웨에~’ 외치는 트럭이 그 꽁무니를 문다. 늦잠? 어림없다.
벼르던 주말 늦잠을 또 빼앗긴 부아가 치밀어 ‘좀 조용히 해달라.’는 말을 목에 달고 슬리퍼 끌고 나섰다.
그런데 이런! 채소트럭에서 내린 노부부의 사슴 눈빛이라니…. 그만 깜빡하고 말았다. 잠시 뒤 눈 비비며 주방에 들어선 아내가 물었다. “이거 웬 두부야?”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한데 이 호사로운 부암동 여름살이에는 시샘 하나가 따른다. 낮밤이 바뀐 매미와 철 모르는 귀뚜라미, 마땅히 제 동네일 어치와 곤줄박이, 직박구리가 찌지지지 새벽을 때린다. 자연산이지만 고약한 알람시계다. 여기까진 좋다. 그 뒤로 우유나 신문을 한가득 실은 오토바이 부대가 두두두두 줄을 잇고, ‘잘 익은 복숭아나 참외, 수박 있웨에~두부 있웨에~’ 외치는 트럭이 그 꽁무니를 문다. 늦잠? 어림없다.
벼르던 주말 늦잠을 또 빼앗긴 부아가 치밀어 ‘좀 조용히 해달라.’는 말을 목에 달고 슬리퍼 끌고 나섰다.
그런데 이런! 채소트럭에서 내린 노부부의 사슴 눈빛이라니…. 그만 깜빡하고 말았다. 잠시 뒤 눈 비비며 주방에 들어선 아내가 물었다. “이거 웬 두부야?”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2012-08-2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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