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족제비/이춘규 논설위원

[길섶에서]족제비/이춘규 논설위원

입력 2010-05-18 00:00
수정 2010-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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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퇴근 뒤 동네 밤길 산책에 나섰다. 집을 나와 5분. 여러 나라 대사관과 대사관저가 밀집해 있는 대사관거리를 지나는데 족제비가 골목에서 큰길로 나온다. 좌우를 살핀 녀석. 거침 없이 2차선 도로를 건넌다. 담벽에 이르자 익숙한 몸짓으로 한 대사관저 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족제비는 농촌에서도 귀해졌다. 서울 한복판인데 어디서 왔을까. 반갑다. 32년 전 처음 상경, 변두리에 살 때 가끔 보면 고향생각이 나게 했다. 서울 도심에서는 보지 못 했었는데 집 가까운 데서 만나게 될 줄이야. 가족도 있을 것이다. 가까운 용산 미군기지에서 서식하는가.

족제비는 황토색이다. 입 옆에 흰 무늬가 있어 귀엽다. 얕보지 말라. 닭, 쥐, 개구리, 물고기를 잡아먹는 난폭자다. 털은 최고급 황모붓 재료다. 숲, 굴, 인가 주변에 산다. 도심에선 진객(珍客)이다. 지방 도로에서 차에 치여 죽는 족제비들이 안타깝다. 서울시의 보호야생동물이다. 서식환경을 개선해 생명이 약동하게 하자. 귀한 손님이 된 족제비 가족이 무사하길 빈다.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2010-05-1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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