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현 경제부 기자
정책도 마찬가지다. 경제 상황에 대한 파악과 함께 추진하는 정책의 효과를 미리 가늠하지 못 하면,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약효는 제약회사들이 수차례의 임상을 통해 검증한 내용이 공개되어 있지만, 정책 효과를 알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정책 효과가 말 그대로 ‘그때 그때’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 관료들은 작은 정책 하나를 낼 때도 수십 가지 관련 통계를 찾고, 분석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는다.
그런데 정부가 ‘역대급’이라고 자랑하는 ‘12·16 부동산 종합 대책’을 내놓은 지난 16일 이 ‘기본’이 뒤집혔다.
이날 정부는 종합부동산세와 고가 아파트 대출 규제 강화 외에 조정대상지역에서 다주택자가 10년 이상 보유한 집에 대해선 양도소득세 중과(현재 최대 20% 포인트)를 내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유예해 주겠다는 회유책을 내놨다.
“불로소득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정책 기조에 역행하는 대책을 내놓은 이유는 지난 2017년 ‘8·2 부동산 대책’ 이후 다주택자가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팔지 않고 있는 집을 시장에 내놓게 해 주택 가격을 떨어뜨리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에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이 몇 가구인가”라는 질문이 쏟아졌다. 그런데 관련 실무를 맡은 기재부 관계자는 “관련 통계를 가지고 있지 않다”였다. 한마디로 대상이 얼마인지, 효과는 어느 정도인지 분석도 하지 않고 정책을 내놨다는 뜻이다.
고강도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지 일주일 만에 9억원 미만 아파트를 중심으로 서울 주택시장은 다시 불안해지고 있다. 출범 초기부터 정부는 서울 집값이 잡히는 않는 이유를 ‘투기꾼’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2년 7개월간 18번의 대책으로 시장을 안정시키지 못한 진짜 이유는 약효도 모르는 약을 처방했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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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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