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 생명 직결된 항암제 ‘긴급 등재’ 절실/이은영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

[In&Out] 생명 직결된 항암제 ‘긴급 등재’ 절실/이은영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

입력 2017-11-07 23:16
수정 2017-11-08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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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
이은영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
2001년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이 출시되면서 부작용이 많고 효과는 적은 화학항암제 시대에서 암세포만 공격하는 표적항암제 시대를 맞았다. 지난해부터는 특정한 유전자에 반응해 일부 암환자에게만 작용하는 단점이 있지만 표적항암제보다 드라마틱한 효과를 내면서 부작용은 더 적은 ‘면역항암제’가 속속 출시되고 있다.

그러나 항암제의 급속한 진화 속도와 비교하면 암환자의 신약 접근권은 미약한 수준이다. 비싼 약값과 많은 기간이 필요한 건강보험 등재 기간 때문이다. 최근 나온 항암신약 중에는 한 달 약값이 1000만원을 넘는 것이 많다. 정부 당국과 제약사의 약값 줄다리기 때문에 항암신약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일 기준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할 때까지 평균 601일이나 걸린다. 말기 암환자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항암신약이 출시돼도 약값이 비싸고 건강보험 적용에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생명을 살리는 약이 아니라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2006년 12월 신약 건강보험 등재 방식을 치료·경제가치가 우수한 의약품만 선별해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선별등재방식’으로 변경했다. 그 뒤 약값을 지불할 경제적 능력이 되는 부유한 환자와 민간보험에 가입한 환자는 생명을 몇 달에서 길게는 몇 년씩 연장시킬 수 있게 됐다.

특히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로 치료받은 말기 암환자들의 삶의 질이 이전 화학항암제로 치료하던 때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좋아졌다. 이제는 상당수의 말기 암환자들도 병실이나 중환자실에서 고통받으며 죽을 날만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가정이나 사회에서 가족들과 함께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의미 있게 여생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약값을 지불할 경제적 능력이 없는 저소득층 환자들은 항암신약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상당수가 사망한다. 이런 불행한 상황이 10년째 계속되면서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와 가족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헌법은 국민인 환자에게 경제적 능력에 상관없이 헌법상 기본권인 생명과 직결된 신약 접근권을 보장하고 있고 국가로 하여금 이를 보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생명과 직결된 항암제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약은 있는데 돈이 없어서 환자가 빨리 죽어야 하는 불행한 일이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

대안으로 생명과 직결된 항암제를 대상으로 ‘긴급 건강보험 등재제도’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런 항암제는 제약사가 식약처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시판 허가와 건강보험 적용을 위한 신청을 동시에 하고 식약처와 심평원도 건보 적용 여부를 결정해 신약을 판매하는 즉시 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이후 제약사와 건보공단이 약값 협상을 완료한 뒤 차액을 정산해 헌법상 보장된 생명과 직결된 항암제의 신속한 환자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 이는 사회적 논의를 하기에 충분히 가치 있는 주제다.
2017-11-08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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