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의약품을 개발·생산하는 제약바이오기업 입장에서 ‘사회적 책임’은 산업의 본질을 규정하는 중대 가치다. 부단한 연구개발을 통해 의약품을 개발하고, 품질 좋은 약물 생산을 통해 인간의 생명을 유지시키며 건강한 삶을 가능케 하는 것. 이것이 제약기업의 가장 본질적인 사회적 책임이며, 준법·윤리 경영은 동반되는 지향점이다.
최근 제약기업들도 ESG 경영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재활용이 쉽도록 용기를 리뉴얼하는 친환경 활동을 전개하고, 사회공헌 전담팀을 설치해 기업체의 사회참여 활동을 체계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윤리경영을 보다 고도화하기 위해 글로벌 수준의 반부패경영시스템 ‘ISO 37001’ 도입·운영을 확대하고 있다. 코로나19 초기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나서는 등 감염병 확산에도 적극 대응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산업의 모든 것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리베이트 영업, 의약품 임의 제조 등 우리 산업이 안고 있는 문제가 간간이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계 차원의 개선 노력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이러한 불미스러운 일들은 갈 길 바쁜 산업계의 엔진을 꺼트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제약바이오산업은 보다 확장된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국부를 창출하는 국가경제의 한 축이자 국민 건강을 챙기는 사회안전망으로서의 기능이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이 같은 기대감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의 제약바이오산업은 글로벌 선진 산업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이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글로벌 제약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변혁의 주체가 돼야 한다. 당장의 이익보다는 사회적 책임과 기업윤리를 산업 성장의 강력한 밑거름으로 삼아 선진 제약강국 실현을 앞당겨야 한다.
시장이 수익성만을 추구하는 기업을 원치 않는다는 신호를 보여 주고 있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보장한다는 믿음 때문이며, 이러한 인식은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사회적 책임에 충실하려는 기업의 자세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기업윤리가 산업의 미래를 책임지는 시대가 생각보다 빨리 오고 있다.
2021-04-2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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